시위진압 투입 의경, 병역 거부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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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진압작전에 한 차례 투입됐던 의경이 부대 복귀를 거부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이길준 이경은 27일 서울 신월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집회 진압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병역을 거부하겠다”면서 전·의경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이 이경은 ‘나는 저항한다’라는 글을 통해 “방패를 들고 시민들 앞에 설 때, 폭력을 가할 때, 저희는 그런 명령을 거부할 생각을 못하고 주어지는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의경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권력에 의해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저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로 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중랑서 관계자는 “이 이경이 속한 방범순찰대가 촛불시위 진압에 나선 적은 5월 31일 한 번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경이 속한 방범순찰대는 범죄 예방을 위한 방범순찰과 주요 시설의 경비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이경은 올 2월 의경에 지원 입대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육군 복무 전환’을 신청했던 전투경찰 이모(22) 상경을 경찰 내에서 다른 부대로 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충형·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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