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현대 경영학 아버지의 통찰력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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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
윌리엄 코헨 지음, 김명철 옮김
문학수첩, 1만5000원

‘세기의 경영인’으로 꼽힌 잭 웰치 전 GE 최고경영자(CEO)는 1981년 CEO 취임 이후 20년간 GE의 시장 가치를 25배 늘렸다. 웰치는 “내가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은 피터 드러커의 두 가지 질문 덕분”이라고 밝혔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드러커는 GE의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며 웰치에게 “당신이 현재 그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그 사업에 뛰어들 의향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그 사업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라고 파고들었다. 웰치는 두 질문을 화두로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했다. GE의 수익성은 크게 향상되며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자는 드러커가 그의 경영학 기법인 질문하기를 통해 웰치에게 문제의 본질을 일깨웠다고 말한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질문으로 상대방 논리의 잘못을 짚어냈듯 제대로 된 한마디 질문이 천 마디 웅변보다 힘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드러커 밑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업을 마친 뒤 공군에 복귀한 그는 스승의 경영수업을 삶에 적용해 소장까지 진급했고, 경영 컨설턴트·대학 총장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드러커도 “윌리엄 코헨은 뛰어난 학생으로, 나와 동료 교수들은 그에게 가르친 만큼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인정했다.

이 책은 3년 전 작고한 드러커가 저자에게 가르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최초이자 최후의 경영 전선인 강의실”에서 드러커는 자신의 통찰을 제자들과 공유하고 실험했다. 그의 통찰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적용된다. “누구나 다 아는 것도 틀릴 수 있다” “과거의 성공을 버려라” “성과가 뛰어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예측하지 말고 창조하라” “능력의 한계란 없다.” 평생 39권의 책을 내고 엄청나게 기고한 것을 고려하면 드러커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식 노동자’였다.

경영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드러커의 『창조하는 경영자』(청림출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경영 능력뿐 아니라 기업 수익을 높이기 위한 원가 분석 등 실무적 과제를 담았다. 위기의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드러커가 역설하는 창조적 경영자가 절실한 현실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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