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해리 페인 美윌리엄스大총장 김경원 사회과학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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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문과학 분야에서 미국내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윌리엄스대의 해리 페인 총장이 12일부터 15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소규모대학을 유지하며 인문과학 분야 특성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우고있는 윌리엄스대의 발전 사례는 우리 대학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사회과학원 김경원(金瓊元)원장이 14일 오후 페인 총장을 만나 대담을 나눴다.
[편집자註] ▶김경원 원장=한국에 처음으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번 방문 목적은 무엇입니까.
▶페인 총장=세계가 좁아지고 있는 때에 교육자로서 다른 나라에 대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지금 저희 대학에는1백30여명의 한국계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데 이 학생들이 한국의 역사.문학등에 대단히 관심이 많습니다.그래서 저도 한국에 대해 배우고 또 한국에 있는 여러 동문들도 만나보려고 왔습니다. ▶김=윌리엄스대는 아주 우수한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페인=윌리엄스대는 아주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인문과학 중심대학입니다.학생수가 2천여명뿐인 작은 대학이어서 하버드나 스탠퍼드 등 큰 명문대학들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그러나 최근에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에 미국 최 고의 인문과학대학으로 평가됐고,또 졸업생들을 통해 우수성이 알려져 익숙한이름이 되고 있습니다.
▶김=윌리엄스대는 어떤 교육철학을 펼치고 있습니까.
▶페인=학생들이 탐구해 나갈 수 있는 자유를 강조합니다.대학의 첫 2년은 학생들의 관심에 따라 역사.과학.문학.미술등 24개의 다양한 분야에서 택하도록 하고 마지막 2년은 한 분야에초점을 맞추면서도 넓혀 나가도록 지도합니다.또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열띤 토론으로 발전시켜 가도록 하는 토론문화를 강조합니다.학생들이 각자 입장을 주장하며 토론을 벌일 때 교수들은 되도록 중재하지 않습니다.이것이 바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논의하며 더불어 사는 시민의식을 길러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실밖에서도 학생들은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캠퍼스나 인근에 살고 있는 학생들과 교수들은 다양한 이벤트.강연회.음악회등을 함께 만들고 참여합니다.이렇게 함께 살고 배우면서 인간적 성장과 학문적인 성숙을 돕도록 합니다. ▶김=모든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을 강조하는 윌리엄스대의 철학은 중요하고도 재미있는 얘기입니다.또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많습니다.그런데 윌리엄스대는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나요.
▶페인=올해 5백25명 정원에 5천여명이 지원했습니다.모두 우수한 지원자들이지요.그러나 우리 대학은 SAT와 학교성적만을보지 않습니다.음악이나 운동등 특기가 있거나 사회봉사를 한 사람,또는 외국에 오래 살았다든가 하여 특이한 경 험을 한 학생들도 뽑습니다.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15년전부터는 과학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과학연구에 우수한 학생을 뽑아와 이제는 아주 좋은과학 프로그램을 가진 학교가 됐습 니다.또 세대간 동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동문의 자녀들도 특별히 고려합니다.다양한 재능과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모자이크처럼 하나의 대학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지요.
▶김=윌리엄스대에서는 학생들이 일찍 전공을 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준비를 어떻게 시킵니까.
▶페인=저희 대학에는 경영학.법학.공학과 같은 전문직 준비 학과는 두고 있지 않습니다.졸업생중 3분의2는 졸업과 함께 법과대학.의과대학,과학.예술등 일반 대학원으로 진학합니다.소수의학생들만 언론계나 지역사회.대기업등 직장으로 진 출하는데 이 학생들도 얼마 후에는 보통 대학원에 진학합니다.그러므로 우리 대학은 주로 대학원 진학에 대비해 기초능력 준비를 내실있게 시키고 있지요.외부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기초교육이 잘 돼있다고 평합니다.철학.물리.역사.생물학등 인 문.과학 분야 등에서 읽고 토론하고 보고서를 쓰는 것에 역점을 두는 풍부한 인문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이지요.
▶김=인문과학 중심의 훈련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전문화교육이 일찍부터 강조되는 정보화 시대에인문과학교육이 도전을 받지는 않을는지요.
▶페인=저는 융통성 있고 열린 일반교양교육이 말할 나위도 없이 과거 어느때 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 학교에서 배운 전문지식과 기술이 졸업 후엔 별로 유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전문화 교육을 일찍 강조할 때 나올 반작용도 우려됩니다.10년 후 학생들이 무엇을 하게 될지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축성 있는 사고력과 탐구심같은 폭넓은 지적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윌리엄스대는 교육비 투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어떻게 재정을 확보하는지요.
▶페인=윌리엄스대가 연간 학생 1인당 소요하는 교육비는 약 5만달러가량 됩니다.학생 등록금으로는 반 정도밖에 충당을 못하지요.나머지는 동창들과 학교를 아끼는 분들의 협조로 재정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정부에서 받는 돈은 약간 의 학생 장학금과 교수연구비 등으로 4%가 넘지 못하지요.
▶김=동문들의 끊임없는 협조와 관심을 어떻게 유지해가고 있는지요. ▶페인=50명의 직원들이 미국 70여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동문들에게 연락하고 방문도 하는등 동창들과의 연계를 위해끊임없이 일하고 있습니다.또한 동문들 개개인이 끊임없는 지원을아끼지 않으므로 가능합니다.
▶김=오늘 좋은 말씀 나누었습니다.감사합니다.
[정리=강양원 전문기자] <해리 페인총장 약력>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 출생(49세) ▶69년 예일대 학사.석사 ▶73년 예일대 박사(역사전공) ▶73~87년 콜게이트대.윌리엄스대 교수 ▶88~93년 해밀턴대 총장 하버드대 학장및 총장대리▶94년 윌리엄스대 총장 <김경원원장 약력> ▶평남 진남포 출생(60세) ▶59년 윌리엄스대 학사 ▶63년 하버드대 국제정치학박사 요크대 조교수 ▶67년 뉴욕대 부교수 ▶71년 고려대정경대 교수 ▶80년 대통령 비서실장 ▶81년 주유엔대사 ▶85년 주미국대사 ▶89년 사회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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