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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잉창치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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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재벌 잉창치(應昌期)씨는 바둑광이었다. 그는 평생 바둑룰을 연구해 가장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잉씨룰'을 만들었다. 1988년에는 우승상금 40만달러의 잉씨배 세계대회를 창설해 바둑의 세계화에 불을 지폈다. 매년 유럽과 미국의 대회를 후원했고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도 바둑 장학금을 만들었다.

또 바둑기금이란 이름 아래 거금을 홍콩은행에 예치해 자신의 사망 뒤에도 모든 바둑사업이 이어지도록 조치했다. 잉씨배는 잉씨룰에 따라 전만법이란 독창적인 계가법에다 8집이나 되는 큰 덤을 내야 한다.

잉창치는 98년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바둑룰을 보급하고 대만 바둑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자금을 쏟아부었다.

한국-대만 간의 교류전을 치르면서 대만 측은 약자로서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세계대회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한국 바둑에 큰 영광을 안겨줬다. 그 점에서 잉씨는 한국 바둑의 은인이라 할 만하다. 잉씨도 생전에 이런 아이러니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한국에 대한 서운함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 대회는 지금도 한국의 선수 티오가 중.일보다 적고 그 바람에 이번 대회에 원년 우승자 조훈현9단이 참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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