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력 시위에 손해배상 청구는 당연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서울지방경찰청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핵심 관계자 등 14명을 상대로 3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이 촛불집회를 주최하면서 도로를 무단 점거해 교통을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데다 경찰버스·무전기·진압 장비를 빼앗거나 부숴 인적·물적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 100여 명도 17억여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폭력·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주최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권리행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경찰과 시민들의 이번 소송 제기는 당연하고도 옳은 조치다.

불법 집회나 시위에 대해 형사 처벌과 별개로 공공기관이나 시민들이 소송을 내는 것은 선진 민주국가의 관행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공공기관들이 불법 시위 피해에 대해 손배 소송을 잇따라 내고 있다. 법원도 피해 변제를 인정하는 추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와 관련해 지자체와 경찰은 주최 측을 상대로 7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지법은 충북도와 충북 경찰이 ‘한·미 FTA 저지 충북도민운동본부’ 관계자 11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101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폭력을 동반한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주최 측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지법도 국가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반대 광주·전남 공동대책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타인의 재산을 침해하지 않도록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폭력은 참가자들의 우발적 행위였다”는 피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회·시위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나 국가가 손해를 볼 경우 주최 측에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폭력이 수반되면 주최 측의 정당성과 동기의 순수성마저 훼손된다. 폭력시위 주동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함께 묻는 것은 사회 안정성과 법의 형평성 유지 차원에서도 맞다. 우리는 이 같은 인식과 시스템이 관례로 정착돼 불법·폭력 시위가 우리 사회에서 퇴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