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다방·공원서 … 뇌물 받은 강무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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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무현(57·구속)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차관이던 2005년 3월 부산 초량동의 한 커피숍에서 부산항운노동조합 간부 B씨를 만났다. B씨는 강 전 장관에게 “부산 신항만 개항과 관련된 노무 문제를 잘 해결해달라”며 300만원을 건넸다. 국가 항만 관리를 총괄하는 사용자 측 해양부 차관이 거꾸로 항운노조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다. 두 달 뒤 강 전 장관은 서울 충정로의 한식당에서 D여객선의 이모 대표를 만나 “항운노조 소속 하역 직원들을 상용직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원을 받아 챙겼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의 뇌물 수수는 2005년 2월부터 장관 퇴임 직전인 올해 2월까지 3년에 걸쳐 계속됐다. 뇌물의 유형도 해운사와 선주조합, 수산업조합 등으로부터 50만~500만원의 떡값을 정기적으로 받거나 해양부 발주 공사와 관련해 수천만원을 리베이트로 받는 등 다양했다. 드러난 금액만 모두 9250만원. 강 전 장관은 18차례 돈을 받으면서 세 번은 서울 종로구 계동의 옛 해양수산부 장관, 차관 집무실에서 직접 받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2005년 5월 20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기념공원에서 C건설사 대표로부터 ‘항만 준설공사를 수주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1000만원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같은 명목으로 다시 1500만원을 받았다. S사로부터는 항만 설계 용역건으로 2005년 7월 서울 서대문의 한 다방에서 2500만원을 받았다.

그는 D·W·K 등 3개 해운회사로부터 ▶부산~제주, 인천~중국 항로나 ▶선박 증선 ▶부두 사용권에 대한 각종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설·추석·연말 등에 정기적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장관의 비리는 검찰이 올해 5월 한 해운회사의 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발행한 수백만원대 수표가 서울의 한 병원 직원의 계좌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이 계좌가 강 전 장관의 부인 조모(58)씨가 자신이 간호실장으로 근무하던 병원의 직원 명의로 만들어 둔 차명계좌였기 때문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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