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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본 영웅 다무라” 추성훈 ‘도장 깨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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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추성훈(上)이 21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드림5’ 대회에서 일본의 프로레슬러 시바타 가쓰요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추성훈은 오사카 관중의 야유 속에서도 1라운드 6분34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FEG코리아 제공]

풍운아 추성훈(32·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일본의 ‘도장(道場) 깨기’에 나섰다.

일본 언론은 22일 ‘드림5 대회에서 시바타 가쓰요리를 TKO로 꺾은 추성훈이 다음엔 다무라 기요시(39)와 싸우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다무라는 사쿠라바 가즈시와 함께 일본 격투기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추성훈은 “다무라가 나에 대해 악담을 하고 다닌다. 말로 싸우지 말고 링에서 한판 붙자”고 도발했다. 사하라 게이이치 대회 총괄 담당자는 “흥미로운 대결이 되겠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추성훈이 외롭고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일본 최고 파이터들과 차례로 싸우겠다는 종합격투기의 ‘도장 깨기’다. 1940년대 재일교포 최영의(일본명 오야마 마스다쓰)가 일본 각계의 무도가들을 찾아가 싸워 이긴 것과 비슷한 행보다.

추성훈은 21일 경기를 치르는 내내 오사카 관중으로부터 심한 야유를 받았다. 경기 후 그는 “관중으로부터 야유를 받는 선수는 나 하나뿐이다. 그저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고 CF와 패션 모델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일본에서 그는 ‘사탄’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악역 파이터다. 재일교포 4세로 한국인 피가 흐르는 데다 유명한 ‘오일 사건’ 때문이다. 그는 2006년 말 사쿠라바에게 KO승을 거뒀지만, 미끄러운 크림을 닦지 않고 링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무기한 출장정지를 당했다. 1년여 뒤 징계가 풀렸지만 사쿠라바를 영웅으로 떠받들던 일본 격투기 팬들의 공분은 지금까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추성훈의 태도가 좋지 않다”고 말했던 다무라도 그중 하나다.

스토리라인을 중시하는 신흥 격투단체 ‘드림’은 추성훈을 ‘사탄’으로 포장했다. 추성훈은 지난해 말 현역 일본 최강자 미사키 가즈오와 맞붙어 반칙 킥을 맞고 쓰러졌다. 이 경기는 무효로 처리됐지만 추성훈은 “미사키가 어느 단체로 가든 따라가 복수하고 싶다”며 이를 갈고 있다. 추성훈으로서는 억울한 패배였지만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은 악역 파이터에게 일본 팬들은 또 한번 분노했다.

일본에서 추성훈은 악하고 흉포하며, 동시에 강하고 두려운 존재다. 그는 최근 “나와 싸우려는 일본 선수가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와 싸우면 쉽게 풀릴 문제지만 추성훈은 다음 상대로 다무라를 지목했다. 21세기 ‘도장 깨기’의 시작이다. 

김식 기자

◇도장 깨기(道場破り)=무술도장을 찾아가 최고수를 이기고 도장의 간판을 가져오는 일본의 전통. 극진가라테 창시자인 재일교포 최영의(1922~94)는 젊은 시절 일본 각지를 돌며 가라테 10대 문파를 비롯한 여러 무술 고수와 100여 차례 싸워 모두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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