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해 바람에 쓸려간‘탱크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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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주(나이키골프)가 2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인근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파70·7180야드)에서 끝난 브리티시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9오버파 79타로 부진했다. 선두 그레그 노먼(호주)에게 2타 차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최경주는 최종합계 13오버파로 공동 16위로 밀려났다. 우승은 최종라운드 1언더파, 합계 3오버파의 파드레이그 해링턴(아일랜드)이 차지했고, 메이저 최고령 우승을 노렸던 노먼(53세)은 7타를 잃어 9오버파 공동 3위에 머물렀다. 해링턴은 대회 2연패다.

최경주의 롱게임은 나쁘지 않았지만 1번 홀에서 1.5m 파 퍼트를 놓친 후 그린 위에서 표정이 밝지 못했다. 4번 홀에서도 파 퍼트에 실패한 최경주는 5번 홀에서 약 4m의 버디 찬스를 잡았다. 선두 추격이 급했던지 과감하게 퍼트를 했으나 공은 홀을 스치고 1m 이상 지나갔고 파 퍼트마저 빠지면서 보기를 했다. 이후 최경주는 8번 홀까지 5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우승은 어려워졌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수는 있었다. 16, 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공동 4위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치욕의 쿼드러플 보기로 순위가 10위권 저 밖으로 곤두박질쳤다. 티샷이 OB가 났고 다시 티샷한 공이 오른쪽 OB 펜스 근처의 깊은 덤불에 들어가면서 러프를 전전한 끝에 가까스로 6온, 2퍼트로 ‘더블파’를 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최경주는 버디 2개에 쿼드러플 보기 1개, 보기 7개를 쏟아냈고, 퍼팅 수도 36개나 됐다.

최경주는 “도무지 퍼팅 감각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위안했다. 손목 부상으로 대회 참가가 불확실했던 해링턴은 “연습라운드를 못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낯선 코스를 대하면서 도전정신이 더 일어났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에서 일곱 번째 역전패를 당한 노먼은 “젊은 시절 역전패와는 다른 경기였다. 여기서 실망하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나는 끝까지 잘 버텼기 때문에 고개를 꼿꼿이 들고 나가겠다”며 웃었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12오버파 공동 7위로 메이저대회에 첫 톱10에 들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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