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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포퓰리즘식 독도 대응을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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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한 독도 유인도화 대책을 내놓았다. 160t급 이상 독도관리선 건조, 자연생태계 정밀조사, 어업실태 및 수산자원 조사, 정주마을 및 독도사랑 체험장 조성, 종합해양기지 건설, 어업인 숙소 건립, 해병대 파견, 해양호텔 건립, 해저광물 조사단 구성 등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모두 망라된 느낌이다. 이 중 상당수는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지난 정부 때 논의됐던 내용들의 재탕이다. 그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무책임한 아이디어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가 한나라당의 해병대 파견 주장이다. 실효적 지배를 넘어 영토 수호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적절치 않다. 기존의 경찰력 대신 군대를 보내야 할 만큼 영토분쟁이 심각하다고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가 될 게 뻔하다. 해양호텔 건립도 그렇다. 독도는 자연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은 해양환경의 보고다. 여기에 호텔을 지어 생태계를 파괴하자는 소리인가. 깊은 생각 없이 불쑥 내놓은 단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에 편승해 이익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생리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대마도 영유권을 제기하자느니, 이참에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를 콘크리트로 매립하자느니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선동이다. 실익을 면밀히 따져보지도 않고 한·일 어업협정 파기를 들고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본과의 각종 문화교류 행사를 앞다퉈 취소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처사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일본과 담을 쌓고 지낼 수 없는 이상 독도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은 계속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독도 문제를 건드렸다가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일본이 확실히 느끼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는다고 정부마저 냄비 끓듯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이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흥분해 강경 대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여론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무 대책이나 쏟아내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포퓰리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