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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불면에 대처하는 자세

중앙일보

입력

대한수면연구회에서 20~69세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6%가 불면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꼴인 셈이다. 연구결과 여성은 30.3%, 남성은 24.9%로, 여성들의 불면증 비율이 높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하여 20대에서 18.4%, 30대에서 22%, 40대에서 27.6%, 50대에서 36.9%, 60대에서 40.9%로 나타났다. 또한 5000명 중 12.6%가 잠에 들기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22.7%는 숙면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런가하면 주부와 소득이 낮은 층에서 불면증을 더 많이 호소했다.
잠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함께 두뇌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쾌적하게 잠을 자는데 가장 적당한 온도는 18~20℃. 그런데 한여름의 더위가 맹습하는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한밤중에 더위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면증상을 느끼곤 한다. 이는 낮에 뜨거운 햇빛으로 땅이 더워졌다가 나오는 복사열로 밤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수온주가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나타나 많은 사람들의 한여름 밤을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이터널선샤인> 중 방 안의 침대가 눈 깜짝할 사이에 눈 쌓인 바닷가 위로 이동하는 장면. 한여름 밤 열대야 속에서 한번쯤은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 밤에 온도가 높으면 왜 잠을 자기가 힘들까?

밤에 온도가 높아 잠이 오지 않는 그 이유는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 체온 조절을 위해 중추신경계의 작용이 활발해지므로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또 깊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잠잘 때 체온이 깨어 있을 때보다 1~2℃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잠들기도 힘들고 숙면도 취하지 못해 수면 중 자주 깨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고 머리가 무겁고 피곤하게 된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져 생기는 스트레스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다. 스트레스는 코티졸이라는 각성 성분을 분비하여 잠을 달아나게 한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겹쳐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 열대야 속에서 ‘숙면 취하기’

열대야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렵지만 낮에 신체 활동을 늘려서 몸을 피곤하게 하고 자기 전에 목욕을 하여 땀을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창문을 앞뒤로 열어서 바람이 잘 소통되도록 하여 습도를 줄이고, 이불은 땀날 때 몸에 붙지 않는 종류가 좋다. 조명은 끄거나 어둡게 해야 한다. 잠이 안 온다고 형광등을 켜 놓으면 잠에 들기 더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의 잠까지 방해하게 된다. 또는 자기 전에 에어컨을 1~2시간 동안 가동하여 집안의 기온을 낮춘 후에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다. 그러나 밤새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선풍기를 켜 놓고 잠을 자면 수면 중에 심각한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서는 안 된다.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뒤척이지 말고 잠자리에서 벗어나 많은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독서를 하다가 다시 잠이 오면 잠자리에 든다. 잠이 들지 않으면 이런 행동을 반복해도 좋다.
더불어 좋은 침구를 갖추는 것은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적절한 높이와 함께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소재로 베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소재는 메밀 겨 등 다소 딱딱하고 통기성이 좋은 것을 고르도록 한다. 또한 목뼈 중 가장 움푹 들어간 7번 경추까지 충분히 받쳐줄 정도의 높이면 더욱 좋다.

■ 불면증, 평소 생활습관 개선이 예방

1.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갖는다. 혹시 전날 밤에 늦게 잤더라도 다음날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당일 밤 수면에 지장이 없다.
2. 잠을 자는 환경이 적절한지 살펴본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둡고 시원해야 하며 너무 높은 베개와 두꺼운 침구는 피하는 게 좋다.
3. 커피 등 카페인 음료, 술, 담배는 금하거나 줄인다. 늦은 오후의 카페인 섭취는 사람에 따라서는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는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면의 유지가 되지 않아 숙면을 취할 수 없으므로 취침 전 4시간 이내에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담배의 니코틴은 뇌의 각성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잠을 달아나게 하므로 취침 전 흡연은 피해야한다.
4, 너무 배가 고프거나 과식을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가벼운 스낵과 따뜻한 우유 한잔은 수면 유도의 효과가 있다.
5. 너무 피곤해서 오히려 잠이 안 오는 경우에는 15분 이내의 따뜻한 샤워 목욕이 도움이 된다. 장시간의 뜨거운 탕 목욕은 오히려 체온을 올려서 잠들기 어렵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6. 낮잠을 피한다. 긴 낮잠은 불면의 밤을 다시 유발하므로 피해야한다. 정 졸린다면 오후 1시에서 3시경 15~20분 이내의 짧은 잠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다.
7. 적당한 운동에 의한 신체의 피로는 긴장과 불안을 줄여주고 수면 유도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밤중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대뇌를 각성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8.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2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이나 다른 방으로 가야한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졸음이 올 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만약 누워도 잠이 안온다면 다시 잠자리에서 나오는 행동을 반복한다.

TIP. 잘못된 수면 상식

▲ 찬물 샤워로 더위 쫓는다? = 흔히 잠이 안 오고 몸이 끈끈할 때 잠을 청하기 위해 일부러 찬물로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잠을 쫓는 격이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온수로 몸을 닦아야 신체 근육이 이완됨으로써 잠을 잘 이룰 수가 있다.
▲ 찬 음료, 찬 과일이 도움? = 밤에는 찬 음료나 수박은 가급적 피하며 허기를 느낄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좋다. 우유의 트립토판이란 성분이 수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적당한 포만감을 줘 잠이 오게 한다.
▲ 술에 취해 잠든다? = 과음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피한다. 저녁 시간대 피우는 담배의 니코틴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잠에 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 이열치열, 운동하면 숙면 취한다? = 잠자리에 들기 전의 운동은 몸을 각성시켜 잠자리에 들기 어렵게 만든다. 더운 여름에 운동을 할 때는 새벽이나 해진 뒤 20~30분 정도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운동이 적합하다.

도움말=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홍승봉 교수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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