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반항아 소년, 문제아 소녀를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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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스쿼시
팀 보울러 지음, 유영 옮김, 다산책방
332쪽, 9800원, 중학생 이상

초등학생만 돼도 이성 친구를 사귀고, 고등학생이 쇼핑몰을 여는 시대다. 그러니 열여섯이란 나이가 마냥 철부지처럼만 보이지 않는다. 이미 스스로 ‘다 컸다’고 여기는 10대들도 꽤 될 터다. 세상 물정 대충 알 듯하고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의식도 투철하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어른들은 못 참을 스트레스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물음표를 가지고 고민한다. 인생에서 정말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할지 말이다.

스쿼시 선수인 소년 제이미도 그런 시기다. 운동을 사랑하고 재능도 있지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폭발 직전이다. 늘 승부에 집착하는 아버지 탓이다. 아버지는 경기에서 질 때마다 손찌검은 물론이고 용돈도 한 푼 주지 않는다. 부정(父情)을 느끼기는커녕 공포의 대상이다. 라이벌 데니와의 체력 테스트에서 의식을 잃었는데도 ‘걸어서 집에 오라’며 혼을 낸다. 그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온다.

소년은 소녀를 만난다. 절대 풋풋한 만남이 아니다. 소녀는 만삭인데다 두 남자에게 쫓기고 있다. 여기서부터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가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왜 소녀가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는지, 왜 목숨이 위험할 만큼 도망 다닐 처지가 됐는지 쉽게 책을 덮을 수 없다. 거기다 두 남자와의 쫓고 쫓기는 부분은 긴박감까지 느껴진다. 두 10대의 가출은 위험한 탈출이지만 그들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도 너만큼이나 두려워. 너처럼 누군가에게 쫓기는 건 아니지만 나 역시 내 인생과 미래가 두려워.” (185쪽) “난 집을 나오는 순간부터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어. 버티며 맞서야 했어. 비겁하게 도망치지 말아야 했어.”(281쪽)

『리버보이』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권할 만한 팀 보울러의 신작이다. 10대의 꿈·사랑·가족애·우정을 고르게 버무려냈다. “영혼이 가장 연약하면서도 가장 강한 10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존재다”라고 밝힌 지은이의 문학관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마지막에 남겨둔 작은 반전도 놓칠 수 없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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