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숙해져야 할 한국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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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증시가 56년 3월3일 개장된 이래 40주년을 맞았다.
연륜으로 보면 이제 성숙미가 돋보여야 할 장년기로 접어들었으나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내부적으로는 증권사직원들의 담합(談合)에의한 이른바 작전거래.내부정보거래에 관한 윤리 적 둔감성과 투자위임자에 대한 배신 등 사건과 문제로 점철돼 있다.밖에서는 엄청난 자금력과 시장분석력으로 무장된 외국증권사가 국제화와 개방의 파고를 틈타 국내시장을 하루가 다르게 잠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증권감독원자료에 따르면 14개 외국증권회사들은 지난해4월부터 연말까지 세전(稅前)당기순이익 2백54억여원을 기록했다.그러나 32개 국내증권회사들은 같은 기간중 유가증권평가손(損)이 9천9백6억원을 기록했다.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현실이며,특히 외국증권사의 이익규모는 증시상황이 좋았을 때나 나빴을 때나 비슷하다는 점에서 국내증권사는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
증시국제화라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상황에서 증권사.투자자및 증권당국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지상과제다.선물(先物)을 비롯한 유가증권에 대한 각종 파생금융상품의 기법터득과 전문인력의 배양이 급선무다.이들 인력이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의 재구축도 급한 과제다.이제는 낡은 사고방식과 제도로는 외국의 첨단기법으로 무장된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몇몇 기업들이 당국의 비호아래 시장을 나눠먹던 안일한 시대는 지나갔다.투자자들도 스스로가 위 험과 기대수익률을 정확히계산해야 한다.막연히 증권사직원의 선전문구에 속아 넘어갈 일이아니다. 앞으로의 증시대세를 볼 때 국제화와 함께 기관화추세는불가피하다.당국은 직접적인 시장개입보다는 기관들간의 게임룰을 투명하게 정하고,룰위반자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추방하도록 확실하게 가려내 법대로 다스려야 한다.그래야 경쟁력있는 플레 이어가살아 남고,우리 증시가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로 성장해 나가는 자생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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