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백두대간서 곧은 소나무 씨 마를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올 2월 숭례문(남대문)이 불탔을 때 사람들 시선이 백두대간에 쏠렸습니다. 숭례문을 복원하려면 아름드리 소나무, 그것도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 토종 금강소나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전부터 산림청은 문화재 복원에 쓰일 금강소나무 20여만 그루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지름 60㎝가 넘는 것은 600여 그루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가 복원작업에 쓰일 전망입니다.

한국인의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도 합니다.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다가 소나무로 짠 관 속에 들어가 땅에 묻힌다는 이유에서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도 단연 소나무입니다.

한반도의 소나무는 지금 ‘위기’입니다. 한때 전체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소나무 숲이 이제는 25% 정도로 줄었습니다.

전영우 국민대 교수는 사람들이 농촌을 떠난 게 소나무 숲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소나무 숲이 번성했던 것은 사람들이 숲 바닥을 훑어 땔감을 채취하고 활엽수를 제거해준 덕분이라는 거죠. 소나무재선충이나 솔잎혹파리 같은 병해충에 약한 탓도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도 새로운 위협 요인입니다.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100년 후 남한에서 아예 소나무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벌써 지리산의 소나무·구상나무 군락이 신갈나무 군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봄에 새 잎을 내야 할 소나무가 가을부터 미리 잎을 내고 자라는 것도 전국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는 겨울에도 새 잎이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 달라진 기후에 순응해 가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이우균 고려대 교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소나무의 형태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백두대간 고지대의 소나무는 곧고 원추형이지만 중서부 저지대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구불구불한 것이 기온 차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백두대간의 기온이 지금의 중서부지역만큼 올라간다면 소나무가 더 이상 곧게 자라지 못한다는 거죠.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문화재를 복원할 토종 소나무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