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겔포스, 중국'배탈' 확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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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80년대 잠복근무중인 형사들이 "위장병, 잡혔어!"를 외치는 '수사반장' CF로 유명했던 겔포스가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국내 일반의약품 중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지도 13년째가 됐다.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어판 회고록 출판 기념회를 가진 보령제약 김승호(73) 회장은 "이제 서른을 넘은 겔포스에게 2005년은 '제2의 탄생의 해'가 될 것"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5년 프랑스 비오테락스사와 기술 제휴해 한국 시장에 첫선을 보인 겔포스는 2000년 보령제약이 성분을 자체 개발, '겔포스엠'으로 한차례 옷을 갈아 입었다. '음주가 잦은 샐러리맨들의 상비약'으로 자리잡으며 위장장애 치료제 시장을 독주해 왔으나 몇년 전부터 복병을 만났다. 굳이 약국에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숙취해소 음료에 밀린 것이다. 2002년 186억원까지 올랐던 매출은 이듬해 155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김 회장은 "출시 기념일인 올 6월을 기해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안전성을 인정받은 성분은 그대로 두되 그 밖의 모든 것은 젊은 감각에 맞춰 뜯어 고치겠다는 구상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00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시장에도 올해 총공세가 예정돼 있다. 1993년 수출 첫 해 한대의 컨테이너에 실어 5억원 어치를 수출했던 겔포스가 지난해엔 100억원어치 팔렸다. 김 회장은 "중국 시장 규모를 볼 때 아직도 작은 매출"이라며 "기름기 많고 매운 음식 좋아하는 중국인들 역시 위장장애가 많으므로 겔포스의 시장성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년 내에 중국내 매출이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 회장은 "너무 돈만 벌겠다고 매달리는 것은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서상 '공략'한다기 보다 같이 '성장'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옌벤대학복지병원에 10억여원의 아토피 치료제를 기증하고 이번에 낸 회고록을 병원.약국 관계자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도 중국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 회장은 "지난 48년간 보령을 운영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신뢰'였다"며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쏟아져 나오지만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13억 중국인에게도 친숙한 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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