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집값 하락, 고유가로 미국 가정 힘든 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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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左)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5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행정부의 대책을 듣기 위해 소집됐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택 가격 하락과 고유가로 많은 미국 가정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주택 금융 시스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회가 이들에 대한 긴급지원 대책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실업률이 5.5%까지 올랐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경제도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디맥 은행 영업정지로 빚어진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미국의 상업은행에 예금이 있다면 10만 달러까지 지급을 보증한다”며 “남들이 뭐라고 하든 10만 달러까지는 정부가 뒤에 버티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고유가 충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16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1.1%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로는 1982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10.1% 급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렸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5% 상승해 91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상황이 나빠지자 각종 처방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의회는 세금 환급을 포함해 ‘2차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680억 달러 규모의 기존 경기부양책 가운데 이미 900억 달러 이상이 집행됐지만 고유가 때문에 효과가 많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겠다”며 “공화당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회견에서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일단 기존 조치의 효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정부와 의회의 노력에도 미국 안팎에선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에 출석해 “미국 경제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 성장이 둔화할 위험이 상당하고, 물가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FRB의 최우선 과제는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우지수는 이날 2년 만에 1만1000이 무너지며 전날보다 92.65포인트(0.84%) 떨어진 1만962.54까지 밀렸다.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6.44달러 떨어져 배럴당 138.74달러가 됐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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