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이슈 ‘자국민 생명보호’ 소극적 대응땐 쓴맛 … 이번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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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듯이 국가의 으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자유’와 ‘행복’조차 ‘안전’ 다음이다. 그래서 이 책무를 제대로 수행했느냐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정권의 성패까지 가를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그런 평가의 등락을 모두 경험한 정권이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진땀을 빼고 있는 현 정부가 신중히 복기할 대목이다.

16대 대선을 앞둔 2002년 6월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고전 중이었다. ‘민주세력 대통합론’을 주장하며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화해를 시도한 게 화근이었다. 특히 통일민주당 시절 YS에게서 받았다는 ‘김영삼 시계’를 차고 있었던 게 결정타였다. 그 때문에 ‘참신한 정치인 노무현’에게 기대를 걸던 진보 성향 20~30대 유권자들이 빠르게 등을 돌렸다.


이때 노 후보를 구한 게 ‘효순·미선 사건’이다. 그해 6월 여중생 두 명이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참사다. 이 사건이 난 뒤 한국 정부가 보여준 소극적 태도와 미군의 뒤늦은 사과에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몰려들었다. 촛불집회는 진보세력 결집의 장이 됐고, 이곳에서 형성된 지지세를 등에 업은 노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자국민 생명 보호’라는 이슈의 덕을 크게 본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노무현 정부는 꼭 2년 뒤 같은 이슈로 휘청거렸다. 2004년 6월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한국군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무장단체에 참수를 당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대한민국은 테러 앞에 굴복할 수 없다”며 파병 철회를 거부했다. 친노그룹의 핵심이던 유시민 당시 의원이 일부 기자들과 만나 “국민 한 사람 납치됐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튀어나왔다. 그러자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탄핵 역풍으로 재결집했던 진보세력은 흩어졌고, 50%를 웃돌던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아래로 반토막 났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연쇄 폭탄을 맞고 있다. 쇠고기 파동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독도 파동이 모두 자국민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이 대통령이 자국민의 희생을 알고도 북한에 전면 대화를 제안한 것은 보수세력의 반발을 살 만한 일” 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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