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논술] 법 없이 살면 우리의 삶은 자유로울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생각열기

▶ 제헌이의 일기

오늘은 학교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데 다른 아이들이 새치기를 한다. 물론 나도 새치기를 할 때가 있지만 충세는 거의 매일 새치기를 한다. 내가 힘만 세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새치기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벌을 주는 규정을 만들자고 생활지도부에 건의해야겠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얄미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는 법을 잘 지키는데 남들이 어기니까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 법은 왜 생겨났을까?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태어나면서부터 사회 구성원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우리는 도덕, 관습 등으로 지켜 왔으며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법이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잘 안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2005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다른 사람들이 법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8.0%, 안 지킨다고 생각한 사람은 23.5%였다. 반면 ‘자기 자신이 법을 지킨다’는 64.3%, ‘안 지킨다’는 2.6% 였다. 또 자신이 법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귀찮아서’가 44.9%, ‘다른 사람도 지키지 않아서’ 25.1%, ‘법을 지키면 손해 볼 것 같아서’ 15.7%, ‘처벌규정이 미약하기 때문에’ 12.1%였다.

이번 시간에는 ‘악법도 법이다’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는 소크라테스의 말과 행동, ‘법의 여신’ 디케를 통해 법과 정의, 자유, 준법 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교과서 관련 단원

『국어2-2』 1. 작가와 작품

(1) 옥중에서 어머니께 올리는 글

『도덕1』 Ⅰ. 삶과 도덕 1. 삶의 의미와 도덕

『도덕2』 Ⅰ. 사회 생활과 도덕 3. 민주적 생활 태도

『사회2』 Ⅶ. 사회 생활과 법 규범(디딤돌)

논술창고

▶영화

『어퓨굿맨』

롭 라이너 감독 / 1992

군대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상급자와의 갈등을 다룬 법정 영화

『존큐』 닉 카사베츠 감독 / 2002

아들을 살리기 위해 병원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그린 영화

▶책

『파도』

토드 스트래서 / 김재희 역 / 이프 / 2006

주목해 볼 부분 :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언제라도 되풀이된다’는 말의 의미와 파시즘의 본질, 역사에 대한 반성

열려라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안광복, 사계절 2004

아테네 사람들은 스파르타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하자 패전의 책임을 묻고자 했다. 그 와중에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의 정신을 타락시켰고 아테네가 인정하지 않는 신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500인 대배심이 있는 법정에 고발된다.

이때 소크라테스가 편 변론을 제자 플라톤이 기록해 놓은 것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의 전문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고 고대 그리스의 상황과 고발자들의 논리, 법정의 풍경을 전달하고,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한 배경과 ‘나는 살찐 말을 깨우는 등에’라는 말은 당시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소크라테스가 죽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기어코 죽음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결국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풀어준다.

『디케의 눈』

금태섭, 궁리 2008

법의 여신인 디케는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두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다.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은 법의 상징이 돼 왔다. 저자는 디케가 눈을 가린 것은, 법이 적용되는 현장에서 보면 법을 통해 진실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때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법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은 재미있는 법 이야기 18편은 법의 여신 디케가 왜 눈을 가리고 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보여준다.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체계가 공정한지, 냉정한 법과 판사의 양심은 현실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판 가능성 때문에 사형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대중이 법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왜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어떠한 형이 적절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감옥 모습. [중앙포토]

<문제1> 소크라테스가 탈출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말해 보자.

다수가 동의한 것이 법인데 그러한 법의 처분을 받는 소수 중 누군가가 자신의 주관적 결정을 들어 그 법을 거부한다면 법이란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며, 자신이 그런 식으로 자신의 주관적 결정을 들어 법의 근간을 흔든다면 법의 권위가 흔들릴 것이다. 즉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비참해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불합리한 결정에 의해 죽었다면 누군가 그 불합리성을 밝히고 자신을 그 전례로 삼아 그들이 하는 법 제정의 위험성을 뉘우치고 다시 좋은 법만을 만들고 살 것이다. 만약 내가 합리에 의해 죽는다면 나는 법에 의해 심판 받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다.

<문제2> 내가 법의 여신을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그려 보고 짝꿍에게 이야기해 보자.

<문제3>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는 인간 세상에서 재판관 노릇을 했다. 여신은 늘 눈을 감고 있거나, 눈을 가리고 심판을 했다. 법의 여신이 눈을 가린 까닭은 무엇일까?

중학생 토론방

▶ 다음의 일화를 바탕으로 법을 지키기 위해 마속의 목을 벤 제갈량의 행동을 평가해 보자.

227년 위나라 장군 사마의가 출병하여 가정을 바라고 공격해 왔습니다. 만약 가정을 잃으면 제갈량의 중원 진출의 웅대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그 중책을 맡길 만한 장수가 없어 제갈량은 고민하던 중 제갈량이 평소에 친자식처럼 아끼던 장군 마속이 사마의와 대결하겠다고 자원해 나섰습니다. 제갈량이 주저하자 마속은 거듭 간청했습니다.

“다년간 병략을 익혔는데 어찌 가정 하나 지켜 내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패하면, 저는 물론 일가 권속까지 참형을 당해도 결코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마속에게 이런 다짐을 두었습니다.

“좋다. 그러나 군율에는 두말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러나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듣지 않고 자기의 지략만 믿고 싸우다 패하고 말았습니다. 제갈량은 군율을 어긴 마속을 참형에 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듬해인 228년 5월, 마속을 처형하는 날이 왔습니다. 때마침 성도에서 연락관으로 와 있던 장완이 “마속 같은 유능한 장수를 잃는 것은 나라의 손실입니다.” 라고 설득했으나 제갈량은 듣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속은 정말 아까운 장수요. 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리어 군율을 저버리는 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되오.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차없이 처단하여 대의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은 무너지는 법이오.”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읍참마속’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겼습니다. 이 일화는 후세에 와서도 법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가차 없이 버리는 데 대한 비유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토론해 봅시다

군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vs 너무 심한 처사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