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콘도 출입 33만명 뒤져 지방세 밀린 51명 회원권 압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금 낼 돈은 없어도 골프는 즐긴다?

울산시가 14일 지방세를 체납한 채 골프장·콘도·호텔 헬스클럽을 돌아다니던 51명에 대해 회원권을 압류했다. 납부 독촉에 응하지 않으면 공매처분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이런 ‘귀족형 체납자’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 끈질긴 색출작전을 벌여 왔다. 압박 수위로 따져 이번이 그 3단계 조치에 해당한다.

울산시는 지난해 4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세 체납자에 대해 출국 금지조치를 내렸다. 첫 번째 단계였다. 부동산 컨설팅업을 하며 4억1400만원의 지방세를 체납하고도 동남아 골프여행 등 해외를 제집 드나들 듯 한 A씨 등 37명을 법무부에 통보했다. 그때까지 설마 하며 공항까지 나갔던 이들을 검색대 앞에서 돌려세웠다. 동행했던 가족·친구들의 면전에서 체납자란 낙인을 찍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4년째 증가 일로를 치닫던 울산시의 지방세 체납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63억원 감소했다. 연간 체납액은 2003년 569억원에서 2006년 674억원까지 늘어나다 2007년 611억원으로 줄었다.

두 번째 조치는 올 4월 시작된 골프장·백화점·헬스클럽 등의 추적. 주차단속 차량에 체납자의 명단을 입력한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자동차세 4건에 85만원을 체납한 채 울산 인근의 경주 W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다 몰고 온 BMW 승용차 번호판을 떼였다. C씨는 자동차세 43만원 때문에 울산 시내 H백화점 주차장에서 에쿠스 승용차 번호판을 떼였다.

울산시는 4월 한 달간 골프장(21대)·골프연습장(34대)·백화점(54대)·헬스클럽 등(97대)에서 모두 206대(총체납액 2억6500만원)의 번호판을 떼냈다. 그러자 단속에 걸린 B씨 등 83명은 단속 현장에서 폰뱅킹 등으로 총 5300여만원의 체납세를 송금하는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케 단속망을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주차단속 카메라에 걸리지 않거나 아예 남의 명의로 된 차량을 몰고 다니는 체납자였다. 울산시는 5월 체납 귀족이 행세할 만한 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며 3단계 조치에 착수했다. 행정안전부를 통해 전국의 골프장·콘도·승마·헬스 회원권 소유자 33만7000여 명의 명단을 확보, 울산 지역의 체납자 명단과 대조했다. 그 결과 208명을 가려내 회원권 압류를 경고, 157명에게서 총 2억3500만원을 징수했다.

그래도 버틴 51명(총체납세 11억5500만원)은 회원권을 압류했다. 이 가운데는 사업소세 등 22건에 3658만원을 체납한 채 1억8500만원 상당의 경주 모 골프장 회원권을 소지한 허모씨 등 골프(8명), 콘도(41명), 울산 시내 유명 호텔의 헬스클럽(2명) 회원권 소지자들이 포함됐다.

울산시의 최병권 자치행정국장은 “사회 계층 간 위화감 해소를 위해서도 귀족형 체납자에 대한 단속에 고삐를 더욱 죄겠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