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PER 따져보니 … 한국 저평가, 중국 고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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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증권시장이 동반 하락하자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주가 수준을 가늠케 하는 주당 순이익비율(PER)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550선 안팎으로 떨어진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PER을 구하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9.8배다. 한때 60배까지 치솟았던 중국 증시 PER도 15배 이하다. PER은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PER을 단순 비교해선 주가 수준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요즘처럼 물가가 급등할 때는 PER이 왜곡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이때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미래에 얻을 주당 순이익의 현재 가치도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지 않고 PER을 구하면 미래 주당 순이익을 과대평가하게 되고, 이는 PER을 실제보다 낮게 나오게 하는 왜곡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오현석 파트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나 정보기술(IT) 거품 같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적정 주가를 따질 때 물가수준까지 고려한 ‘20의 법칙(Rule of 20)’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20의 법칙’이란 PER과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을 더한 값이 20을 넘으면 고평가됐고, 20 이하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오 파트장은 “보통 때 적정 PER 수준을 15배로 보고 물가상승률도 5% 안쪽이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의 법칙’에 따라 평가하면 일단 한국 증시는 저평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상장기업의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 10.9배와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5.5%를 더한 값은 16.4다. 반면 홍콩과 중국·인도는 주가가 떨어졌다고는 하나 합산 값이 21을 넘어 고평가된 상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브릭스 국가 중 원자재 보유국으로 주목을 받은 브라질과 러시아는 17.5~18.1 수준으로 한국보다 높았다. 고평가 상태는 아니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주가 상승 여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은 물가 관리에만 성공한다면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추세가 반전할 때 가장 먼저, 많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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