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앙프리머 최고 348% 수익률 … 펀드보다 달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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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일경(37)씨는 지난달 현대백화점에서 와인 12병을 배달받았다. 2006년 10월 이 백화점 와인담당 직원의 권유로 주문해둔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레오빌 바르통’ 2005년 산이다. 그가 당시 지불한 와인 값은 병당 16만4000원이었는데 “같은 와인이 요즘 시중에서 37만원에 팔린다”는 직원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2년이 채 안 돼 와인 값이 두 배가 된 것이다.

미리 사둔 와인의 평가차익이 웬만한 펀드수익 부럽지 않은 사례가 나왔다. 국내 처음 소비자를 상대로 시행한 와인 사전주문제 ‘앙프리머(En Primeur)’의 수익률이 공개된 것. 현대백화점은 2006년 신동와인과 함께 진행한 앙프리머의 참여 고객이 평균 116%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14일 밝혔다. 이 백화점이 예약주문을 받은 프랑스 와인은 모두 46가지로 당시 판매가는 병당 평균 46만2800원이었다. 올가을 시중에 풀리는 이 와인들의 평균 예상 판매가는 100만원이다.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최고급 와인 샤토 라플뢰르의 경우 예약주문 가격은 109만원 남짓이었지만, 유럽 현지 시세는 1294 유로(207만원)다. 여기에 세금과 운송비, 유통업체 마진 등을 더하면 국내 판매가는 49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수익률은 348%에 달한다.

앙프리머가 큰 수익을 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프랑스 고급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월 홍콩이 와인 관세를 폐지한 뒤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와인을 좀 더 싸게 즐기게 되면서 고급와인 시장이 확 달아올랐다. 특히 프랑스 보르도·부르고뉴 지방의 최고급 와인은 생산량이 적어 투기 조짐까지 인다. 신동와인의 이준혁 소믈리에는 “부르고뉴 특등급 와인 ‘로마네콩티’ 2003년 산은 2006년 출시 당시 2200달러 남짓했는데 지금은 1만5000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물량이 적은 프랑스 최고급 와인은 국제적 투기수요까지 가세해 값이 천정부지”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앙프리머가 늘 달콤한 수익만 가져다주진 않는다. 우선 와인 생산연도나 와인의 종류, 사전 주문가격 등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현대백화점의 유지훈 바이어는 “2005년산 와인은 당시 포도 작황이 워낙 좋아 최고 품질의 와인으로 입소문이 나 가치가 급상승했다. 생산연도에 따라 수익률이 기대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임미진 기자

◇앙프리머(En Primeur)=와인 사전주문제. 와인이 갓 만들어져 오크통에 담겨진 단계에서 미리 주문을 받는 것이다. 한 병 단위로도 살 수 있다. 앙프리머 구매자 입장에선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치솟을 수 있는 고급와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와인 생산자로선 현금 유동성과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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