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국서 계량경제사학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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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버드대 경제학과 클로디어 골딘(50.얼굴)교수는 틈만 나면학교 도서관에 파묻혀 먼지 날리는 고서적들과 씨름한다.얼마전에는 75년된 아이오와주 인구센서스 자료집을 샅샅이 뒤졌다.
미국의 주류 경제학계는 미국경제에 대한 의미 있는 계량적 분석의 출발점을 1930년대 대공황기로 잡아왔다.20여년전부터는숨겨진 과거의 경제수치들을 면밀히 활용해 계량분석의 시대적 폭과 깊이를 확장해야 한다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생겨났다.이른바「계량경제사학」(cliometrics)의 태동인데 골딘교수는 이 분야의 대표자중 하나다.『수치.비율 같은 수량개념 없이는 사실(史實)을 논할 수 없다』고 그녀는 단언한다.
요즘 골딘교수가 몰두하고 있는 주제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교육과 임금의 관계다.미국의 경제성장은 고교교육이 주도해 왔다는 게 그녀의 믿음이다.
1910년 뉴욕주에 거주한 18세 청년의 10%정도만 고교 졸업생이었지만 오늘날엔 대부분이 그렇다.고졸인구 비율이 늘면서직종간 임금격차가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이는 오늘날 미국의 직종간 빈부격차나 값싼 제품.인력 유입으 로 인한 실업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골딘교수는 기존의 연방정부 자료만으로 통계적 유의성(有意性)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 주마다 발로 뛰어 각종 통계수치를 수집했다.학력과 임금의 관계에 대한 미시적(微視的) 실증자료를구하기 위해 포드나 시티은행 같은 미국 굴지의 대 기업을 찾아수십만건에 달하는 과거 인사서류를 뒤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2차대전 이전 어떤 제조업종이 고급인력을 가장 많이 흡수했는가,경제성장과 여성의 사회참여는 얼마나 상관 있는가 하는 연구주제도 문서고증을 통해 규명하고 있다.
남북전쟁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흥미롭다.이 전쟁에 소모된 돈은 1860년대 화폐가치로 66억달러였다.이 돈이면 당시 흑인노예 1인당 40에이커(약 4만9천평)의 땅과 노새 한마리를 지급해 전쟁 없이도 노예를 경제적으로 해방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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