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8년 맞은 세종과학기지를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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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냉동 타임캡슐」「백색의 제7대륙」으로 불리는 남극.대륙 자체가 거대한 과학실험장으로 불리는 남극 킹 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가 들어선지 올해로 만 8년.「자원의 보고(寶庫)」로도 알려진 이곳에 기지를 세운 것은 남극대륙 자체와 그 주변해역이 지닌 과학적인 중요성,막대한 부존자원 개발가능성 때문이었다.세종과학기지를 방문,극지의 이모저모와 연구팀이 그동안 이곳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및 성과 등에 대해 알아본다.
기자가 도착한 세종기지의 이정표에는 서울로부터 직선거리로 1만7천2백40㎞ 떨어져 있음을 표기하고 있었다.
남극은 표면의 98%가 두께 2㎞ 정도의 만년빙으로 덮인 곳이다.따라서 지구 최저온의 동토(凍土)지역으로 지구역사의 비밀을 간직,냉동 타임캡슐로 불리기도 한다.
겨울철 섭씨 영하 70도이하로 극한생물 이외에는 생명체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곳.
그러나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 조지섬은 겨울철(6~8월)이 평균영하 20도,여름철(12~2월)은 영하3도로 비교적 포근한(?)편이다.
발견당시의 영국왕 이름을 딴 이 섬은 남극 20개 부속섬중 가장 큰 면적 1천3백38평방㎞로 대부분이 평균 1백의 얼음으로 덮여있다.
이곳에 기지를 세운 것은 기후조건이 원만하고 접근하기가 가장쉽기 때문이다.
킹 조지섬에는 우리나라 외에도 러시아.칠레.중국.우루과이.페루.폴란드.아르헨티나등 7개국 기지가 있다.
남극은 지구환경연구 외에도 수산자원.지하자원.수자원등의 자원이용 면에서 중요한 지역.
그동안 국내 다른 연구소나 대학 등에서 총 1백80여명이 남극 하계연구팀의 일원으로 이곳에서 연구를 수행,이 분야 전문연구원을 배출한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현재 수행중인 연구는 크게 생물.지구물리.지질.기상등 4개분야다. 월동연구대장 김예동(金禮東.지구물리학)박사는 『기지 주변해역에서 석유부존 징후를 발견한 것과 극지상공 열권(熱圈)의온도와 입자운동을 우리 기지에서 처음 측정한 것이 대표적 성과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석유는 대규모 부존가능성으로 각국이 가장 눈독들이고 있는 분야로 우리나라는 통상산업부 협조로 2년 전부터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왔다.남극의 지하자원은 환경과 자원보호를 위해 지난61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의해 향후 50년간 개 발이 금지된 상태. 극지연구부장 김동엽(金東燁)박사는 『그러나 장차 개발제한이 풀려 각국에 개발지역이 할당될 경우 가장 유리한 지역선택을 위해서는 사전 기초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당장 산업목적에 이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류등의 수산물 자원 이용분야.이는 조약국 협의로 매년 일정량을 채취할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연구소 김수암(金壽岩)박사는 『크릴새우 외에도 남극빙어.
남극대구.남극게.파타고니아 이빨고기 등 20여종과 빙산등이 상업적 개발가능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세계 담수총량의 70%를 차지하는 빙산은 과학적 연구외에도 수자원이용 연구에 중요한 분야.
강성호(姜晟鎬.해양생물)박사는 『빙하는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아직 개발단계는 아니지만 장차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이용기술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姜박사는 『그러나 지구대기 오염의 영향으로 기지주변 빙하의 빙벽이 기지설립 초기보다 10여는 줄어들고 있어 염려된다』고 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킹 조지 섬)=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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