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44)경기 시흥을 한나라당 이철규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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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보이고 싶습니다. 고민하고 연구하는 의원상이죠. 공공부문의 역량과 민간의 역량을 결합하는 역할도 해 보고 싶고, 온갖 행사와 지역구 애경사에 쫓아다니느라 허덕대지 않는 국회의원의 모습도 보여 주고 싶습니다.”

경기 시흥을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하는 이철규(57) 후보는 이번에 등원하면 새로운 국회의원상을 한 번 정립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출마한 시흥은 그가 나서 자란 곳이다. 71년 행정고시에 패스한 그는 경기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89~92년 시흥시장을 지냈다. 그는 당시 자신이 만든 시흥 발전의 비전이 지금도 시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시흥에 대해 그는 애증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시흥 사람들에 대해선 “도시 기반시설이 취약하고 교육·문화 환경이 열악해 시민들의 정주(定住) 의식이 낮다”고 말했다. 성장잠재력이 큰 도시인 데도 전체 면적의 85%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체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한 탓이란 게 그의 분석. 이런 상황에선 국부적인 개발 계획과 규제 위주의 관리 계획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성장을 꾀하려면 국토관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100년 앞을 내다보는 도시 설계가 필요해요. 그 일이 가능해지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이 후보는 가방끈이 길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에 유학해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에서 또 석사를 했다. 그 후 늦깎이로 인하대 박사과정에 들어가 99년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에선 남북 통일이 됐을 때 남북의 지방행정 체제를 어떻게 바꾸고, 그러기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그는 자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인적 자원이라고 주장했다. 투자가 더 필요한 종목이 있고 투자의 성과를 거둬들여야 하는 종목이 있다면 자신은 그동안의 투자를 회수해야 할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개혁의 목표와 추진 방법이 타당한지, 개혁 주체들이 준비는 돼 있는지, 개혁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자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미관계에 대해서도 “자주 노선의 견지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미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문제는 그 내용이죠. 단 정경유착 청산, 정부 혁신, 분권 추진, 대북정책의 일관성 견지, 부동산 투기 근절 등에 대한 노 정부의 의지와 노력은 평가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분할의 리더십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대해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지도부가 살신성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과 사람을 함께 바꾸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정치 개혁의 과제에 대해 묻자 그는 “나올 건 이미 다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겉과 속이 다르지만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과제라야 누구나 얘기하듯이 국회의 생산성을 높이고, 중앙당을 정책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죠. 한나라당을 정책 생산의 기지로 만드는 데 관심이 많고, 필요하다면 몸을 던지겠습니다. 선거를 예로 들면, 누구도 선거 치르고 빚 지지 않는 거죠.”

그는 등원 후 당론과 소신이 충돌할 땐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판단이 안 설 땐 등원하면 막바로 구성할, 식견을 갖춘 모니터링 그룹과 함께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선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법대로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정치 신인답게, 후보는 유권자들과 가슴과 가슴으로 만나고, 유권자는 유권자들대로 후보와 눈을 맞추는, 그런 선거운동을 하고 싶어요. 자랑할 만한 국회의원이 많은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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