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경제수역 선포따른 우리 어업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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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일 양국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하게 되면 한.
중.일 3국의 연근해 어업은 새로운 「판짜기」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EEZ 범위가 설정되면 한.일 양국만이 아니라 중국까지도 참여하는 새로운 어업 협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대체적인 명암을 지금도 짚어 볼 수는 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지금보다 잃는 것이 다소 많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일방적으로 얻는 것이 많아 전체적으로 그리 손해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 수산청의 개략적인 계산이다.
수산청의 전망을 근거로 어장별 상황을 점검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도 참조〉 ◇동해.북해도 어장=동해의 오징어 어장은 일본과 반분(半分)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해도 연안의 명태 어장 두곳과 꽁치 어장은 일본에 뺏길전망이다.이쪽 어장에서 지난해 우리 어선들이 올린 어획고는 명태 6만5천,꽁치 3만2천,오징어 1만3천등 11만 6백70억원 어치에 이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 고기 잡이 하는 우리 어선에 대한 일본 근해 어민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우리는 북해도 부근 어장을 모두 포기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해 어장=복어.가자미.도미.넙치등 값 비싼 고급 어종이 많이 잡히는 제주도 근해 어장은 상당 부분 우리의 몫이 될 전망이다.반면 대마도 근해 어장은 일본이 권리를 행사하려 들 것이다. 동해.남해 일대 어장을 모두 합치면 우리의 현재 어획량이 일본보다 40~50% 많지만 금액으로는 양국이 비슷하다.따라서 협상을 한다고 해도 어획량으로 보면 우리가 손해지만 금액상으로는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서해 어장=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우리와 일본 모두가 얻는 것이 많다.서해.남해에서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우리 나라는 중국측에 어업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중국측은 이를 미뤄온 실정이다.한국과 일본의 EEZ 선포 이후에는 중국도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질서를 설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현재 서해 공동 규제 수역에서의 중국 어획량은 우리의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대책=정부는 EEZ 선포 이후 3국간 어업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되 손실이 예상되는 명태.꽁치등의 업종을 중심으로어장 전환과 구조 조정 사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박규석(朴奎石)수산청 국제협력관은 『일본과는 현행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협상을 벌이고 중국과는 어업 협정을 서둘러 체결한다는 것이 우리측 기본 전략』이라고 밝혔다.
수산청은 또 지난 94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전체 어선(7만7천척)의 10%를 감축하도록 하는 어업구조조정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이와 함께 EEZ 선포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계에 대해 표준소득률 인하등 세제 지원을 추진하는 한편인력난을 겪고 있는 연근해 어선에 외국인 승선을 허용토록 할 방침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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