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 간부에 5만 달러 뇌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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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코스닥기업 대주주의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금융당국 전 고위 간부가 미화 5만 달러(약 5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천세)는 13일 선박 엔진밸브업체 KSP의 대주주인 김도현(40·구속) 전 모디아 대표에게서 ‘올해 초 지인을 통해 금융당국 고위 간부이던 A씨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KSP 인수 과정 등에서 60억원대 어음을 위·변조해 사용한 혐의(배임)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가 ‘회사 비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를 막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A씨에게 전달하라고 준 5만 달러를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전 KSP 대주주 이모(40)씨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회사 직원을 통해 A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지만 직접 전달한 직원이 암으로 의식불명이어서 다각도로 조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접촉을 시도했으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통화를 하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이씨 등은 지난해 10월 말 두산그룹 계열사인 네오플럭스로부터 KSP 지분 185만 주(19%)를 300억원에 매입,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8개월 동안 회사 운영자금을 빼돌리거나 법인 명의로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회사 돈 266억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585억원어치의 회사 어음과 당좌수표를 발행,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851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횡령·배임)로 고소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으로 지난해 매출액(462억원)의 두 배가량되는 피해를 본 KSP는 9일부터 부산지방법원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KSP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1만2000원대에서 4000원까지 떨어졌고 거래도 정지됐다.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55·여·본명 김귀옥)도 지난해 9~10월 김씨에게 KSP 인수자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을 빌려 줬다가 39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다 김은 김씨 측에서 32억원어치의 어음을 받은 뒤 이를 은행에 제시했다가 위·변조된 사실을 알고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대주주들의 범행으로 주식투자 과정에서 473억원대 피해를 봤다”며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등에 철저한 조사와 피해 구제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정효식 기자

◇김도현은 누구=KAIST 출신으로 1998년 8월 모바일 시스템 통합 전문업체인 모디아를 설립했다. 당시 주가가 11만원대까지 올라 ‘코스닥 황제주’로 불렸다. 2003년 11월 주가 조작 및 유령 주식 발행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운영한 모디아는 2004년, 청람디지탈은 올해 4월 각각 상장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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