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빠지고 꾼들만 참가 … 깃발만 있는 ‘그들만의 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가 12일 밤 청계광장과 종각 등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서울광장 부근에서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12일 저녁 주최한 집회가 경찰과의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대책회의가 주말을 맞아 대규모 인파가 나올 것을 기대하며 마련한 행사였지만 3700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참가자들은 서울 을지로와 종각, 동대문 등을 돌며 가두 행진을 벌였다. 오후 9시쯤에는 조계사 앞에 도착해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대책회의 수배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청계광장과 종각 인근에 수십 명 단위로 모여 있다가 오후 7시20분쯤 시청 광장 건너편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 집결, 가두 행진을 시작했다. 진보연대 관계자가 운전하는 승합차 한 대가 번호판을 가린 채 나타나 스피커로 구호를 선창하며 시위를 이끌었다.

비가 내린 가운데 진행된 이날 시위에 일반 시민들은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진보신당 경기지부, 참여연대, 전대협, 공공노조, 아고라,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대학 등 30여 개 깃발을 들고 모인 해당 단체 회원들이 주류를 이뤘다.

시위대는 행진을 벌이면서 ‘쇠고기 재협상’ 대신 ‘독재 타도 명박 퇴진’ ‘어청수를 구속하라’ 등 정치색 짙은 구호를 외쳤다. 동대문 쇼핑타운에 구경을 나왔다가 행진을 지켜본 김관태(31)씨는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대가 ‘독재 타도’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이날 집회에 1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책회의 측은 수만 명이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일주일 전인 5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집회에는 5만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50만 명)이 참가했었다. 그러나 이날은 실제 참가자가 3000여 명에 불과해 시위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시위대는 13일 오전 4시쯤 해산했다.

◇경찰에 욕한 10대 세 명 연행=경찰은 13일 오전 3시쯤 서울광장 옆 도로에서 경찰버스를 흔들고 주먹으로 차량을 치면서 경찰에게 욕설한 혐의로 정모(18·고교 2년 중퇴), 김모(16·고교 1년 중퇴)군 등 세 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함께 연행된 최모(17)군은 대안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정군 등은 시위 현장에서 경찰 채증요원의 눈 부위를 향해 레이저포인터를 쐈다. 대책회의 홈페이지 등에는 경찰의 사진 채증을 막기 위해 레이저포인터로 카메라 렌즈를 비추자는 제안이 올라왔었다. 레이저포인터를 정면으로 비추면 사진이 빨갛게 변해 인물의 인상착의 확인이 어려워진다.

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