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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대신 '경쟁의 정치' 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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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즘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여권(與圈)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든 절대적 우위에 서면 교만해져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개혁을 외치는 열린우리당 역시 총선 승리 후 교만에 빠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서로에 대한 견제는 민주정치를 유지하는 핵심조건 중 하나입니다.

내가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동안 국민이 치를 떨어온 밀실정치, 보스를 중심으로 한 계보정치,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정치세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盧대통령을 키워준 힘은 계보도, 학연도 아닌 정당하고 깨끗한 정치에 목말라 있던 많은 국민이었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말로 평가받지 못합니다. 오직 살아온 인생 속에서 순간순간 닥치는 많은 사건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이루어 냈느냐 하는 과거의 이력으로 평가받을 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자신의 이력으로 국내 정치인 중 개혁의지를 가장 강하게 표출하는 정치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은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공언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공언을 실천으로 옮긴 이는 불행하게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나는 盧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대선 때 저금통도 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내 한표를 주었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盧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성을 의심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일부 열성 지지자의 행동을 보면 조금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부 노사모 회원이 마치 정치적 실세인 것처럼 발언하고 행동합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해서 이력과 관계없이 끝까지 남아 권력의 열매를 탐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이들이 정치무대를 떠났으면 합니다. 문성근씨나 명계남씨, 혹은 일부 단체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늘 깨어서 뒤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기득권층이라고 하는 수구세력을 박살내는 그런 파괴적인 정치가 아니라 건강하고 건설적인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내라는 것입니다. 견해가 다르다고 사생 결단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공정한 경쟁을 하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대결은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하지만 경쟁은 순위만 매겨질 따름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가져옵니다. 대결하지 말고 경쟁합시다.

나도 지금까지 살면서 지역감정에 휩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모두 우리 국가, 국민에게 백해무익한 짓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한 형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이번 총선에서 국민 모두가 페어 플레이로 경쟁해 승복할줄 아는 민주사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홍승모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