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창업주의 혼외 딸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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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최근 코오롱그룹의 가족사와 관련된 사건 하나가 불거졌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A씨가 자신의딸이 코오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의 딸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들 모녀가 30년 넘게 간직해 온 사진 및 편지, 그리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사 관련 사연들을 모두 공개한다.

코오롱그룹 창업주 고 이원만 회장 이 회장의 혼외 딸이라고 주장하는 B씨의 사춘기 때 모습

블로그 만들어 사진과 과거사 모두 공개
코오롱‘코’자만 봐도 울분 솟구친다

코오롱그룹의 창업주 고 이원만 회장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스웨덴에서 활동 하고 있는 화가 A씨(61)와 딸 B씨(38)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970년, A씨는 자신과 이 회장 사이 에서 딸 B씨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30여 년 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냈 던 이들 모녀. 그러나 두 사람은 얼마 전부터 블로 그를 만들어 사진을 포함한 과거사를 낱낱이 공개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코오롱그룹 측에서 오랜 세월 연락을 끊은 채 자신들에게 비인간적으로 처 우했다는 것.

먼저, A씨의 과거사에 대한 주장부터 들어보자. A씨는 지난 1970년 5월 1일 코오롱그룹 창업주 인 이원만 회장 사이에서 딸 B씨를 낳았다. 당시 A씨 는 22세였고 이 회장은 65세였다. 이 회장은 A씨 에게 외제차와 서울 보문동 집을 선물했다.

A씨가 이 회장과 관계를 이어온 기간은 6년. 두 사람의 만남은 1974년에 끝이 났다. A씨는 이 회 장과 헤어진 이유에 대해, 이 회장 쪽 가족이 자신 의 딸을 강제로 데려가려고 했고, 당시 그녀는 돈 보다 이 회장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이별을 택했 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스웨덴으로 건너가 새 가정을 꾸렸다.

1994년 2월 14일, 이원만 회장이 서울대학병원에 서 세상을 떠난 뒤 코오롱그룹 측에서 연락이 왔 다. 스웨덴에 함께 살고 있던 딸 B씨에게 한국으 로 들어 오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실장(이 회장 의 비서)은 B씨를 데리고 법원으로 가서, 한 장의 문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그 문서는 재산 청 구 포기각서였고 딸 B씨는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손에 이끌려 도장을 찍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때 모녀는 상속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당시 1억원 을 받았다. 코오롱 측은 각서에 도장을 받아낸 후 모녀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고 이원만 회장과 딸 B씨의 어릴 적 사진.

“어린 딸을 불러 각서에 도장찍게한 코오롱그룹 측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A씨가 공개 블로그를 만들어 가면서까지 이토록 분노하게 된 결정적인 대목은 18살 딸을 불러들여 재산 청구 포기 각서에 무조건 도장을 찍게 한 것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어린 딸을 불러다 각서에 도장을 찍게 한 것은 비 인간적이며 날치기 같은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받았던 1억원은 상속 포기 조건이었습니다. 하늘 아래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건은 벌써 15년이나 흐 른 과거사. 하지만 왜 최근에 이 일을 들춰내고 나 섰는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자신 의 딸이 코오롱그룹의 혈육임을 인정받게 하겠다 고 말했다. 특히 오랜 세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 어버린 코오롱그룹 측의 사과나 해명도 듣고 싶다 고했다.

“우리 딸은 엄연히 코오롱그룹의 8녀입니다. 딸이 자라 어느덧 30대가 되었습니다. 엄마로서 딸의 정체성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또한 딸에게 혈육의 정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저희가 스웨덴이라는 먼 곳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A씨는 3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 회장과의 추억 을 떠올리면 마음이 짠해진다고 말했다. “매 순간 사랑했던 날들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회장님은 회사로 출근하신 후 바로 제가 사는 보 문동 집으로 오셨어요. 집에서는 주로 저와 내기 바둑을 두었습니다. 낮에는 주로 2층 서재에서 책 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A씨는 이 회장이 딸을 너무 아꼈다고도 밝히고 있 다. 해외에 다녀오면 꼭 딸의 옷이나 장난감을 사 다 주었다는 것. 딸 B씨 역시 어릴 적 보았던 이 회장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B 씨는 어머니 A씨가 이 회장과 헤어진 후 외할머니 의 손에서 자라다가, A씨가 스웨덴으로 간 후 함 께 건너가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블로그에는 성인이 된 딸 B씨의 공개 편지도 올려져 있다. 중요한 부분만 발췌하면 이 렇다.

“저는 스스로 호적을 바로잡으려고 하고 있습니 다. 어머니를 따라 스웨덴에 왔지만 아버지가 누 구인지는 밝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엔 나가 고 싶지 않은 이유가, 코오롱의 코자만 봐도 울분 이 솟구치고 만나는 사람마다 코오롱 딸이 왜 그 렇게 고생하고 사느냐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스웨덴 법과 한국의 법이 너무 달라 놀라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여기서는 아 무리 혼외 자녀라고 해도 자녀가 틀림없다는 사실 이 드러나면, 아들이나 딸이나 동등하게 상속해 줍니다.”

이들 모녀는 앞으로도 계속 블로그에 공개 글을 올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그룹 측에서 연락 이 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A씨의 강한 의지가 글 안에 담겨 있다. A씨가 마지막으로 올 린 글 끝 부분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법을 악용해 발목을 묶어 두고 딸만 빼돌려 놓고 살아서 마음들이 편안한지 모르겠습니다. 원망도 미움도 아닌, 이치적인 생각을 가지기 원하는 마 음으로 간절한 글을 씁니다.”

한편, 코오롱그룹 측에서는 모녀가 만든 공개 블로 그와 과거사 주장에 대해“너무 오래된 일이라 이 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코오롱그룹 관계자는“모녀의 주장과 관련된 사 람들이회사에전혀남아있지않고, 상속과관련된 법적인 소송이 진행되는지 여부 또한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는입장을밝혔다.

취재_모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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