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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규제완화는 신중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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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토해양부가 재건축과 분양가 상한제의 일부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가 대신 실제 땅을 매입한 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길을 터줄 모양이다. 재건축의 소형·임대 주택 비율은 축소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재건축 입주권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단 비현실적인 규제부터 손질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내용들이다.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나야 3~4년 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수긍이 간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두 가지 흐름이 뒤섞여 있다. 우선 부동산 가격이 모처럼 하향 안정세를 타고 있는 점이다. 동시에 건설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늘고 신규 주택 공급까지 얼어붙는 양상이다. 당연히 마비된 시장 기능은 되살려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초반 2~3년간 아파트 공급이 말라붙는 바람에 온 나라가 얼마나 부동산 열병에 시달렸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가 가격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 큰일이다. 부동산 시장만큼 심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도 드물다. 정부가 용적률·부동산 대출·종합부동산세 같은 부동산 정책의 뼈대를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번 조치는 정책방향이 부동산 부양 쪽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소지는 다분하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서민들을 위한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 재건축의 임대·소형 주택 건설 비율을 줄인다면, 그 부족분만큼 공공부문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바닥인데 부동산 정책마저 ‘건설업자와 있는 자’를 편드는 쪽으로 비치면 정부가 설 자리는 없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정부에 의해 과도한 출렁임을 반복해 왔다. 최근 지나친 규제가 시장 침체를 초래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규제완화가 투기나 시장 불안을 불러서는 안 된다.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정책을 세울 때는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정부는 주택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규제완화의 시기와 폭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