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길씨 망명시도 사건 정부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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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사회안전부 소속 조명길(25)씨 망명시도 사건에 대한 우리정부의 접근은 극히 조심스럽다.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우선 조씨 사건의 전말파악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러시아정부를 통한 사건 전모 파악이 선행돼야 공식 입장을 밝힐 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북한 영토내에서 발생한 러시아와 북한간 양자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다.섣부른 우리의 대응은 러시아측으로부터 내정간섭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또한 북한 고위층의 잇따른 탈북.귀순으로 신경이 예민해진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에 집착하기보다 이같은 사건이 북한체제에 미칠 영향을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조씨 망명시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보다 이같은 사건이 북한체제와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해내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밝혔다.
정부는 조씨가 망명을 신청한 이후 러시아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기민한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망명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판단해왔다.외무부 다른 당국자는 그 이유로▶망명신청과정에서의 사상자 발생▶러시아와 북한간 범죄인 인도조약▶과거 유사한 사건에서 북한에 인도한 관례등을 들었다.러시아가 최 근들어 대북관계 악화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대북영향력확대에 노력해왔다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망명을 허용하더라도 북한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한 평양을 떠나 제3국으로 데려갈 수 없다는 기술적 문제도 주요 장애였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56년 헝가리혁명이 실패했을 때 부다페스트 주재미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던 혁명주역의 한 사람인 민드센티 추기경은 소련당국및 헝가리 신정부의 반대로 무려 13년간이나 미대사관내에서 망명생활을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판단에서 정부는 평양시내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즉각 외부에 알려져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등 신중한 행보를 계속해왔다.
정부는 앞으로 통일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북한체제 이상징후를중점 점검,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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