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인사' 62인 한 곳에 묻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 북한이 안재홍.현상윤 선생 등 여러 곳에 있던 납북인사 62명의 유골을 이장해 조성한 평양시 용성구역 용궁 1동 ‘재북인사들의 묘’. [연합]

북한은 최근 평양시 용성구역 용궁 1동에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유력 인사'들 묘역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서 발행되는 통일신보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교외의 삼석구역 정동과 형제산구역 신미리, 용성구역 용추동 등에 분산돼 있던 재북 인사들의 유해 62기를 한자리에 모아 묘역(墓域)을 만들었다.

이곳에 묻힌 인물은 제헌의원이었던 조헌영.김약수, 2대 의원인 백상규 등 국회의원이 34명이며 안재홍 전 미군정 민정장관, 송호성 전 국방경비대 총사령관, 현상윤 고려대 초대 총장을 비롯해 정인보 전 서울국학대학장 등 남한 정.재계 및 학계의 명망가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신미리에 묻혀 있던 인사들은 공개됐으나 한국여자국민당 부위원장을 지낸 박보렴과 한국독립당 발기인이자 임정 요인이었던 김의한의 묘는 이번에 새로 알려졌다.

특히 친일 문학가로 알려진 이광수의 묘도 이곳으로 이장돼 눈길을 끌고 있다. 통일신보는 "지난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반일 애국투쟁을 벌인 분도 있지만 불미스러운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됐던 사람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이 1990년대 들어 이광수의 문학을 근대문학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신보는 "2003년 6월 어느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용성구역의 명당자리에 재북 인사들의 묘를 잘 꾸리도록 하고 여러 곳에 묻혀 있던 그들의 유골을 이장토록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쟁 때 납북된 국회의원 중 최태규(84)옹은 사망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아직 생존한 것으로 보인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