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노후 농장서 일군다-충남홍성군홍동면홍원리 은퇴농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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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안락한 노후생활은 부모와 자식들의 공통된 꿈.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노인들이 손수 밭을 일구고 취미생활도 즐기는,활기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 관심을 끈다.충남홍성군홍동면홍원리에 자리잡은 1만평 남짓한 「은퇴농장」(0451-33-2925)이 바로 그 곳.
서울에서 3시간 거리인 이 농장은 주변에 덕산온천을 비롯한 온천이 여럿있고 20여㎞만 나가면 서해 바다여서 여가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이 농장을 노인들의 건강한 안식처로 꾸민 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농사만 지어온 김영철( 金永喆.45).박영애(朴英愛.43)씨 부부.사업차 일본에 자주 들르는 숙부의 귀띔이 동기가 됐다.일본인들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상당수가농촌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한다는 얘기를듣게 된 것.
77년 결혼한 金씨 부부는 2백만원에 구입한 야산 1만평을 밭으로 가꾸고 언젠가는 은퇴 노인을 위한 농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그러던 차에 93년 돼지가 1천4백마리로 늘어나자 이를 모두 팔아 2억여원의 자금을 마련,숙소 를 짓기 시작했다. 95년 8월 공사가 마무리된 이 농장에는 5평가량의 방 한칸과 부엌.샤워시설이 돼 있는 수세식 화장실로 이뤄진 공동주택 8채가 있다.
수용인원은 16명.하지만 아직은 덜 알려져 현재 4명(남자 1명,여자 3명)만 들어와 있다.계약기간은 2년이며,입주 보증금 1천5백만원에 월 20만원씩 내면 된다.20만원에는 하루 세끼 식비와 1주일에 한번씩 가는 온천비용,부근에 오고갈 때 드는 교통비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 20만원은 노인들 스스로 충분히 벌 수 있다.金씨는 노인이 농장일을 하면 시간당 2천5백원을 쳐준다.하루 4시간만 일하면 한달에 30만원이 넘는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봄에는 취나물.상추.쑥갓,여름에는 참외.수박.풋고추,가을에는고구마.사과.양파.마늘을 재배한다.겨울에도 일감이 끊임없다.서울에 공급할 된장.고추장.김치와 다른 부식(副食)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한 지역에 20~30가구만 모이면 토 종닭 1마리,시금치 3백,대파 3백,김치 3㎏,버섯 4백,유정란 20개를한묶음으로 열흘에 한번씩 직접 배달해 준다.가격은 한번에 2만원. 은퇴농장은 또 입주자들에게 밭을 무료로 빌려주고 개나 흑염소를 개별적으로 기를 수 있게 해준다.지난해 이 농장에 입주한전직 공무원 김남석(64)할아버지는 『당뇨병으로 고생했는데 여기와서 맑은 공기를 쐬고 일을 하니 훨씬 좋아졌다 』면서 『신선초와 케일도 직접 길러 먹겠다』고 말한다.
개를 길러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는 윤석영(64)할머니는 『강아지 한마리를 10만원에 사서 8개월 동안 5만원어치 사료를 먹이면 30만원은 거뜬히 받는다』고 흐뭇해 한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고 요양삼아 입주했다는 이혜자(77)할머니도 『하루 2~3시간 채소를 다듬어 돈을 번다』면서 『일을못해도 대장(金씨를 지칭)이 나무라지 않는다』고 웃는다.
홍성=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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