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공장이 떠난 자리 내 집이 들어설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공장 등이 들어서 혐오시설로 기피 대상이었던 서울 시내 준공업지역이 주택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가 준공업지역의 주거지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준공업지역은 면적이 넓어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고 주로 도심에 있어 도로·지하철 등 교통도 잘 갖추고 있어 인기 주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변 부동산시장에도 상당한 후광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준공업지역 내 공장 터가 주거 단지로 개발될 경우 지역 랜드마크(대표 건물)로 떠오를 것”이라며 “영향권에 있는 주변 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알짜 주거 단지로 속속 개발=서울 시내 준공업지는 총 2773만㎡ 규모로 영등포·구로·강서·금천구 등 8개 구에 퍼져 있다. 이 중 1만㎡ 이상 대형 부지만도 27곳(총 69만2403㎡)이다. 당장 개발이 가능한 부지만도 구로구 오류동, 금천구 시흥동, 서초구 서초동 등 4~5곳에 이른다.

구로구 동부제강 공장 터에서 동부건설이 호텔·사무실·상가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금천구 시흥동 옛 대한전선 공장 터도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영조주택은 이곳에 최고 71층 높이의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서초구 서초동 롯데칠성 물류센터 부지(3만3719㎡)에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호텔·백화점 등이 들어서는 초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서초동 한솔공인 관계자는 “삼성타운과도 가까운 강남권 핵심 지역에 자리 잡아 투자자의 관심도 높다”고 전했다.

분양을 앞둔 곳도 있다. 삼호는 광진구 광장동 한국화이자 본사와 공장 터에 짓는 아파트 289가구(148~214㎡)를 9월께 분양할 예정이다. 엠코는 중랑구 상봉동 옛 삼표연탄 부지에서 주상복합아파트 497가구(100~232㎡)를 하반기에 내놓는다.

◇주변 부동산시장 술렁=개발 기대감에 주변 지역 집값은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서구 가양동 CJ 김포공장과 가까운 한강타운 102㎡는 4억4000만~5억2000만원으로 한달 전보다 2000만원가량 올랐다.

가양동 한빛공인 윤정은 실장은 “대규모 복합단지가 들어서면 생활편의시설과 교육시설 등이 잘 갖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인근 아파트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금천구 시흥동 대한전선 부지 인근 시흥사거리 일대 33㎡ 안팎 다세대주택 지분도 3.3㎡당 25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최고 200만원가량 올랐다.

땅값도 오름세다.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 소규모 공장 부지는 3.3㎡당 1500만원 안팎으로 1년 전보다 10~20%가량 올랐다.

하지만 준공업지역 인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세가 이미 꽤 많이 오른 데다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 시세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본 뒤 장기 투자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 서울시는 공장 부지와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방침이다. 이 경우 나중에 되팔 때 매수자를 찾지 못해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조철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