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연정 대비 생방송 제작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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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상파 방송사들간에 오는 3월4일 방송시간 연장을 앞두고 낮시간을 활용한 생방송 제작 경쟁이 뜨겁다.주로 사회계도성 캠페인이나 국가.사회정책 추진등을 주제로 한 이들 생방송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종일방송 실시를 염두에 둔 방송사간 주도권 쟁탈과도 무관하지 않다.
KBS는 한국인 입양아의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같은 유전자형의 골수 소유자를 찾는 『성덕 바우만,우리가 살립시다』를 긴급 편성해 지난 4일 내보냈다.또 2일 첫 방송한 『2002월드컵 개최지결정 앞으로 4개월』은 앞으로 매달 한 편씩 정기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1일 MBC는 학원폭력 실태를 고발했던 7시간생방송 캠페인 『다음 세대를 생각합시다』를 시리즈로 이어가며 매달 한차례씩 방송키로 했다.또 12일부터 16일까지는 유망 중소기업과 구직자들을 이어주는 『TV 중소기업 공개채용-사람을구합니다』를 내보낸다.게다가 22일에는 오전10시부터 장장 7시간동안 『월드컵 유치결정 앞으로 1백일』특집생방송이 예정돼 있다. SBS도 이에 가세해 오는 26일부터 1주일동안 매일 오전10시부터 낮12시까지 교육문제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시리즈 생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이같은 캠페인 생방송 붐은 이 프로그램들이 방송사의 위상을 높이는데 「1등공신」이라는 점에 방송사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정권홍보차원의 내용으로 일관,으레 외면당해오던 캠페인 프로그램이 실생활 위주로 내용을 바꿔 호응을 얻고 있는 점도 생방송 제작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다음세대를 생각합시다』는 낮방송으로는 드물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하기도 했다. 이같은 생방송의 증가가 궁극적으로는 낮시간에도 충분한 시청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방송사들의 숙원사업인 「방송시간규제 철폐」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있다.그러나 이들 캠페인 프로그램이 본래의 의도를 벗어나 방송사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발전해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각 방송사가 외국 명문팀 초청과 더불어 월드컵특집 생방송을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사세과시 성격이 두드러진 사례.지난해 12월23일 KBS와 MBC가 불우이웃돕기 생방송을 제각각 내보낸 것도 프로그램의 취지가 방송사간 경쟁의식에 밀려 희석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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