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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국채보상로 횡단보도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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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전경. 도심인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지하상가 상인이 맞서 있다. [사진=홍권삼 기자]

“세계 어느 도시든 호텔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그게 국제 기준입니다. 호텔 앞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주세요.”

지난 4월 ㈜트라이시스코리아원의 대표인 피에트로 A 도란이 박봉규 대구부시장에게 한 ‘요구’다. 미국인 투자자인 도란은 흉물로 방치된 문화동의 밀리오레 대구점을 인수해 특2급 호텔인 ‘노보텔 대구 시티센터’로 바꿨다. 이 호텔이 8일 문을 연다.

대구시가 횡단보도 설치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다.

동성로 한일극장 앞 국채보상로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에 이어 외국 투자기업까지 가세한 것이다. 여기에 중앙로 중앙네거리에도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뜨거운 감자’ 횡단보도=검토 대상인 횡단보도는 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 사이 국채보상로 550m에 세 곳. “하나도 어려운데 세 곳이나 어떻게 하겠는가.” 대구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횡단보도 문제는 지난 4월에 불거졌다. 시는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하면서 국채보상로로 단절된 남북의 동성로를 잇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구간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상가를 통해 왕래한다. 동성로 개선은 42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대우빌딩∼대구백화점 사이 동성로 670m에 소공원과 쉼터 등을 설치해 걷기 명소로 만드는 작업이다. 대구읍성의 성곽 자리인 동성로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서도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의 방침에 대현프리몰 상인이 거세게 반발했다.

지상에 횡단보도가 생기면 지하상가(점포 231개)로 통행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대 집회가 이어지자 대구시는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하상가 관리업체인 대현실업㈜의 안형길(53) 대구지사장은 “횡단보도가 생기면 상인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보행권’을 들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장애인연맹의 육성완(45) 회장은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보행권을 보장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내년 말까지 229억원을 들여 중앙로 대구역∼반월당네거리의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인도에 조경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중앙네거리에도 남북을 연결할 횡단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보텔 대구 시티센터 앞 횡단보도 설치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부터 해결한 뒤 다른 곳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해법 없나=동성로 일부 상인과 장애인단체는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대신 지하상가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자고 제안한다. 장애인연맹의 육 회장은 “동성로가 걷기 좋은 곳으로 바뀌면 인파가 늘어 지하상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로 상인 박모(62)씨는 “시가 지원해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하상가 측은 “시가 이미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왜 이를 다시 거론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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