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24시] 웅진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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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윤석금 회장

웅진그룹 윤석금(59)회장은 이달 초 일본 가전(家電)시장을 둘러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1990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생활가전 사업을 넓히고 있는 尹회장은 "예전엔 일본 제품만 보면 기가 죽었는데 '이제는 따라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 초 웅진코웨이가 '코웨이'란 독자 브랜드로 일본 정수기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렌털(임대) 방식으로 일본 시장을 노크한 결과 매달 30%씩 매출이 늘고 있다. 지난달 렌털 규모는 200여대에 불과해 아직 내세울 것이 없지만 국산 정수기가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웅진의 모기업은 80년에 설립된 웅진닷컴(옛 웅진출판)이다. 그래서 지금도 '웅진'을 출판업체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1조8000억원)을 살펴보면 출판 부문의 매출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생활가전 사업에서 벌었다.

웅진은 국내 정수기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비데.연수기(軟水器)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선발 업체를 맹추격하고 있다. 학습지(씽크빅)와 출판 사업도 '빅3'안에 들어간다. 이에 힘입어 웅진의 매출은 쑥쑥 늘고 있다. 2000년에 1조원의 매출을 돌파했던 이 그룹은 올해는 2조40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부엌가구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웅진의 트레이드 마크는 '렌털'사업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수기 판매가 뚝 끊기자 尹회장은 100만원이 넘는 정수기를 한달에 2만9000원씩 받고 빌려주는 판촉 아이디어를 냈다. 거래은행이 돈 줄을 끊은 상태에서 푼돈을 받아 회사를 꾸리기 어렵다며 반대하는 경영진이 적지 않았다.

尹회장은 "물건을 창고에 쌓아 두느니 부담 없이 정수기를 사용하게 하면 결국 정수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웅진은 차량이 있는 여성 판촉사원을 고용해 수송과 재고 비용 등을 줄였다. 이런 사원을 웅진은 '코디'라고 부른다. 1만명에 이르는 이 코디가 물건을 싣고 다니며 판촉과 서비스를 한다.

대기업이 공기청정기 등의 시장에 진출해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주력사업이고 대기업은 비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며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尹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달 말 사장단 회의에서 "임직원 교육비를 지난해의 두배 수준으로 늘리고 교육시간도 두배로 늘려라"고 지시했다. 또 해당 사업 분야에 꼭 필요한 인재는 연봉에 관계없이 선발하라고 주문했고 생활가전제품의 연구 인력은 150명에 이른다.

웅진이 소비자 만족도와 관련한 여러 조사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어깨를 겨루는 것도 교육의 힘이라고 尹회장은 설명했다. 그가 소비자 위주의 경영을 다짐하며 지난해 초 내놓은 슬로건이 '또또사랑'이다. 소비자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또' 사랑하자는 뜻이다.

◆웅진그룹=웅진은 ▶웅진코웨이개발▶웅진코웨이▶웅진닷컴▶웅진식품 등 11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외환위기 후 화장품 사업 등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웅진은 창업 이래 독자 사옥을 둔 적이 없다. 지금도 서울 종로에 있는 옛 담배인삼공사 사옥을 빌려 쓰고 있다.

창업주인 尹회장은 출판영업계의 전설이다. 한국브리태니커사에 입사한 지 1년 만에 이 회사가 전 세계 최우수 세일즈맨에게 주는 '밴튼상'을 수상했다. 尹회장은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주는 '경제정의 기업상'을 두차례 받았다. 그는 "아들이 두명 있으나 능력이 없으면 물려줄 생각이 추호도 없고 물려주더라도 지분을 조금 주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기로 아내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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