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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다이애나 이혼합의-89년부터 공식 별거 예상된 이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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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간 온갖 스캔들로 말썽을 빚었던 영국 찰스왕세자와 다이애나비 부부가 드디어 이혼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다이애나는 위자료로 1천5백만파운드(약1백80억원)를 요구한 반면 찰스측은 5백만파운드(60억원)를 제시했던 것으로알려졌다.「메일 온 선데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절충에 성공한셈이다. 이로써 지난 81년 만인의 축복속에 거행됐던 찰스-다이애나간의 「세기의 결혼」은 15년만에 비극적인 「세기의 이혼」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들의 이혼은 두사람이 공식별거에 들어간 89년부터 일찌감치예상된 일이었다.그럼에도 그후 7년간이나 망설였던 찰스부부가 완전히 갈라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12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가능한 한 빨리 이혼하라』는 친서를 두사람에게 보냈기 때문.
엘리자베스여왕은 그간 아들부부의 불화에 시종일관 침묵해왔으나지난해 11월 다이애나가 BBC와의 TV회견을 통해 불륜사실을고백하고 공공연히 왕실측을 비난,분노가 폭발했다는 것.
결국 다이애나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회견을 통해 승마선생이던 제임스 휴이트 대위와의 불륜,자신의 정신불안,찰스와의 불화등을 솔직하게 고백해 세간의 동정을 사는데는 성공했으나 이혼을 앞당긴 셈이 됐다.
찰스 역시 지난 94년 TV회견에서 혼외정사 사실을 시인해 두사람의 결혼생활을 회복불가능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결혼후 불과 2~3년만에 삐걱거리기 시작한 두사람의 파경 원인은 양쪽의 서로 다른 성격 때문이라는게 정설이다.
찰스는 엄격한 장교 출신의 아버지 필립공과 공무로 바쁜 어머니 틈에서 자란 탓에 내성적이며 그림그리기.독서등 혼자서 즐기는 활동에 취미가 있다.모정에 굶주려 나이많고 자상한 여성에게깊은 호감을 갖고 있다는것.
반면 귀족집안일지언정 비교적 평범한 성장과정을 겪은 다이애나는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다.
또 14세의 나이차로 두 사람간의 공통된 화제도 적을 뿐더러나이어린 다이애나는 찰스의 이상형과는 정반대라는 것.
이외에도 이혼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꼽을수 있다.그중에도 가장심각한 것이 다이애나의 「출산후유증」이었다.
다이애나는 82년 6월 윌리엄왕자를 순산했으나 이후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빠져 2~3년간 자신의 팔.다리를 흉기로 긁어대는자해행위를 했다.그후 다이애나는 각종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닥치는대로 음식을 먹고 모두 토해버리는 「거식증( 拒食症)」에 걸려 고생했으나 찰스가 냉담하게 대해 두사람의 애정이 빠르게 식었다는 것.
이후 87년 무렵부터 두사람은 공식석상에 함께 참석하는 일을제외하곤 휴가.해외여행등을 따로 가기 시작,파경설이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기 시작했다.이에 영국왕실도 두사람의 별거가 잡음을줄이는 선택이라고 판단해89년 공식별거를 발표 했다.
두사람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또다른 요인은 찰스의 옛여자친구 카밀라 파커 볼스의 존재였다.
72년 파티에서 처음 만난뒤 카밀라의 결혼 이후에도 계속 연인관계를 맺었던 두사람은 찰스의 결혼불화 이후 급속히 가까워져공공연한 정부사이로 알려지게 됐다.
특히 92년에는 찰스와 카밀라간에 나눴던 뜨거운 전화통화내용을 언론이 대서특필해 파문을 확산시켰다.
이번 이혼은 왕세자부부의 비극적 차원을 넘어 왕실존립의 정당성 문제로까지 비화될 것이 확실하다.
영국왕실은 전통적으로 국민들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왔으나이번 이혼으로 엄청난 권위실추를 겪게 됐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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