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업계 돈이 되는 정보를 잡기 위해 스파이 출신 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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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직 스파이를 잡아라.』 첩보영화 얘기가 아니다.돈을 불리는 일이 전문인 각종 펀드들이 돈이 되는 정보를 잡기 위해 스파이 출신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시아나 동유럽 등의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에서이 지역 사정 에 정통한 전직 스파이들을 펀드매니저로 고용하는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하고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더욱 확산될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17일 스코티시 아메리칸 투자회사는 영국의 정보기관 MI6의 최고책임자였던 콜린 매콜을 이사로 영입했다.동남아시아와 동유럽 공작을 주로 담당했던 매콜의 「경험」을 살려 이 지역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의 펀드관리회사인 톱 테크놀로지도 미국정보원이었던 해리 피츠기본스를 관리이사로 두고 있는데 그는 지난해 러시아 투자를강화하기 위해 소련정보원이었던 알렉세이 블라소프를 한 팀에 끌어들이고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사무소에도 3명의 전직 소련 정보원을 배치했다.
펀드회사들이 이처럼 전직 첩보원 끌어들이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첩보원들의 경험이 해당지역의 고급정보 입수나 정세판단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파이를 펀드매니저로 삼았다 실패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베트남 프런티어 펀드는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남공작을 담당했던 전직 미CIA요원 윌리엄 콜비를 94년 이사로 끌어들였으나 엉뚱한 결과만을 낳았다.베트남 당국이 콜비에게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아 그는 94년12월 베트남을 떠나 야 했고 펀드사의 회장은 사임하게 됐다.그러나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에 속한다.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깔려 있는 펀드사들은 해당지역의 정보수집을 고도화하기 위해 전직 첩보원 모시기에 혈안이 돼있다. 미국과 러시아에 사무소를 둔 경영자문사 파부스는 뉴욕의한 뮤추얼펀드가 현재 비밀리에 새로운 정보팀을 구성하면서 전직스파이와 접촉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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