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북한 자원 공동으로 개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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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하지만 남한의 대북 광산 투자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투자가 이뤄진 경우는 정촌 흑연광산과 개성 인근의 화강암 석재 개발 등 2개 사업뿐이다. 이 밖에 ‘05년도 남북 당국 간 합의’를 토대로 세 차례에 걸쳐 현지 조사를 마친 함경남도 단천 지역 광산 공동개발사업이 있다. 왜 본격 투자가 안 되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잣대는 눈금(scale)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남북경협 분야에서는 경제적 타당성 등 ‘경협 4원칙’이 중요한 기준(눈금)이 될 것 같다. 실용의 잣대로 재볼 때 남북관계가 회복되는 경우 어떤 유형의 경협사업이 적합 판정을 받게 될까.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은 없을까.

남북한 산업구조나 부존자원의 특성, 경제·기술적 격차 등을 감안할 때 남북 자원 공동개발이야말로 서로에게 실용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논거가 있다.

먼저, 우리 산업발전에 꼭 필요한 광물자원의 경제적·안정적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광산물 자급도는 지난해 기준 10% 정도이고, 특히 금속광물의 자급도는 1% 정도다. 매년 총수입액의 5%에 달하는 광물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북한 광물을 우리가 직접 개발한다면 해외 수입 대비 저렴한 값에 안정적으로 산업원료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북한 경제발전의 자생적 원동력을 배양해줄 수 있다. 북한은 설비 노후화와 인프라 부족 때문에 80년대 후반을 정점으로 지하자원 생산설비 능력의 30~40%가 가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북한의 광물수출은 연간 수출 총액의 43%다. 북한 전체 경제에서 광업은 11.4%의 비중을 점하고 있다. 북한의 노후설비 생산력을 복원시킬 수만 있다면 북한의 현재 광물생산액 대비 2~3배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처한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외화를 벌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셋째로 북한 지하자원의 외국자본 선점으로부터의 보호다. 세계는 자원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얼마 전 대북경협 4대 분야를 제시하면서 광산자원개발과 광산품 가공 등 2개 분야를 포함시켰다. 미국도 90년대 후반 대북 경제 제재 1, 2차 완화 조치 당시에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수입 허용과 대북 광업투자를 우선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관심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광물을 캐고 있는 광산에 우선 투자하는 경우 상대적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즉, 탐사 단계의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낙후되긴 했지만 최소한의 기본적 인프라 형태는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광산개발과 연계해 개·보수할 경우 신규 건설보다 투자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2005년 7월에 열린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남한이 북측 주민들의 일상생활용품 공급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해 주면, 남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지하자원개발 투자를 보장해 그 북측 몫으로 경공업 원자재 대가를 상환하는 방식의 경협사업을 제기한 바 있다. 이제 남북 당국은 하루빨리 북한 지하자원이라는 구슬을 꿰어 민족의 보배로 만드는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것이 실용 아니겠는가.

박흥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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