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이야기]올 초복 나기는 ‘패류의 황제’ 전복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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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16면

농림수산식품부는 초복인 19일을 ‘전복의 날’로 정했다. 전통적 복날 음식인 삼계탕에 전복을 넣으면 기름기가 줄어들어 맛이 담백해진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와 더불어 ‘전복 먹기 5500 운동’도 펼친다. 여름 시즌 100일간 국민 1인당 500g씩 전복을 먹게 한다는 것이다.

한창 제철을 맞은 전복은 흔히 ‘패류의 황제’로 통한다. 패류 중에서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싸다는 뜻이다. 조선시대엔 궁중요리에 두루 쓰였다. 『탐라지』에는 “전복·감귤·말이 제주에서 왕실에 바친 세 가지 공물”이란 기록이 전해진다. 요즘 국산 전복 10마리 가운데 8마리가량은 전남 완도에서 생산된다.

전복은 저지방(지방 함량 1% 미만)·고단백(13~15%) 식품이다. 단백질의 질도 훌륭하다. 단백질은 약 20종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데, 타우린·아르기닌·메티오닌·시스테인 등 ‘아미노산 4인방’은 전복을 웰빙 식품의 반열에 들게 한 주역이다.

타우린은 전복 100g당 약 1.8g 들어 있다. 어패류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전복을 쪄 말렸을 때 표면에 붙은 흰 가루 성분이 타우린이다. 말린 오징어나 문어 표면에 묻어 있는 흰 가루와 같은 성분이다. 타우린은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심장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건강에도 필수적이다. 성인의 시력 회복, 태아의 망막 형성, 유아의 시력 발달을 돕는다. “임산부가 전복을 먹으면 시력이 좋은 아이를 낳는다”는 옛말이 생긴 이유다. 전복의 옛 별명이 ‘천리광(千里光)’이고 일부 안약에 타우린이 들어가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한방에선 전복을 ‘석결명(石決明)’이라 부른다. 결명자처럼 눈을 밝게 한다는 뜻이다.

메티오닌·시스테인 등 황이 함유된 아미노산은 피로 해소, 원기 회복,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회복기 환자·허약 체질자·간질환자·술꾼 등에게 전복죽을,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산모에게 전복을 고아 먹이라고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르기닌은 남성 정액의 주성분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전복·해삼·상어 지느러미·물고기 부레를 최고의 강정(强精)식품으로 여겼다.

한국·중국·일본인에게 전복은 ‘없어서 못 먹는’ 식품이지만 서양인에겐 오랫동안 금기 식품이었다. ‘껍데기가 한쪽밖에 없는 전복을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서양인은 오히려 껍데기에 관심을 가졌다. 어지간한 충격엔 부서지지 않는 전복 껍데기를 탱크의 철갑 소재로 이용했던 것이다.

값비싼 전복을 대충 고를 수는 없다. 살이 통통하게 찐 것이 상품이다. 타원형 껍데기의 짧은 쪽과 긴 쪽의 비율이 2대3 정도인 것이 적당하다. 껍데기가 원에 가까우면 필리핀 등 위도가 낮은 국가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전복은 성장기간이 짧아 맛·영양이 떨어진다. 전복 살의 색깔은 암컷은 진한 녹색, 수컷은 노란색이다.

전복을 날로 먹으면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익혀 먹으면 감칠맛이 난다. 여름엔 비브리오균 등 식중독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으므로 회로 먹을 때는 주의를 요한다.

『자산어보』에 따르면 ‘전복의 내장은 익혀 먹거나 젓갈을 담가 먹는 것이 좋다’. 내장엔 해초 성분이 농축돼 있어 맛·향·영양이 뛰어나지만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전복을 물에 씻을 때는 박박 문질러야 살이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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