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절대 이성’ 찾아 시간여행 나서는 볼테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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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볼테르의 시계
강다임 지음, 로크미디어, 448쪽, 1만1000원

18세기 프랑스 지성인 볼테르(1694~1778). 그는 근엄한 계몽주의 사상가로만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낙천주의자이다. 인간과 세상을 밝게 봤고 끊임없이 위트를 즐겼다.

이 책에서 볼테르는 로마·프랑크왕국 등을 여행하며 어느 시대에나 진리로 통하는 ‘절대이성’을 찾아 나선다. 볼테르라는 실존인물에 시간여행이라는 상상력을 입혀 과거 역사를 새롭게 재구성한 ‘팩션(팩트+픽션)’ 이다. 볼테르는 낙천적이면서 유쾌한 캐릭터로 다가온다. 볼테르의 일생은 많은 기록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지만, 1725년 3월 3주간만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행적이 묘연하다. 이마기타 비론이라는 역사가는 바로 이 기간에 흥미를 느끼고 역작 『실종』을 펴냈다. 볼테르의 팬이던 작가는 프랑스 파리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시간여행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볼테르는 영국 조지 1세가 ‘최후의 마법사’를 통해 자신에게 보낸 시계가 시간을 오갈 수 있는 타임머신임을 알게 된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단 세 번뿐. 세 번의 기회를 활용해 그는 시대를 초월해 진리로 통하는 인간의 절대이성이 존재함을 증명해야 한다.

절대이성이란 언뜻 듣기에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면 신분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잘못 없는 사람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인간의 노력이 거기에 들어간다.

평민 볼테르는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최고 권위자인 쉴리 공작과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절대이성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인다. 쉴리 공작은 귀족정치를 옹호하며 전통과 관습에 의해 사회가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볼테르는 특권의식에 맞서는 정의를 강조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소설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은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데 얽히는 결말의 대반전이 흥미롭다. 시공을 넘나드는 불멸의 로맨스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는 서울대 사회학과 학생이다. 작품 구상부터 완성까지 1년여 동안 치밀한 조사를 했다. 시간여행을 떠난 볼테르가 고대 로마 아우구스투스의 연회에서 그리스 비극을 활용해 말재주를 부리는 장면을 쓰기 위해 라신·소포클레스의 희곡을 낱낱이 공부했다고 한다. 20세기 현대에서도 절대진리로 통하는 이성이 과연 존재할까. 해답은 여기 다이내믹한 시간여행 속에 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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