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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장기간 바닥 기게 될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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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경제의 침체 양상이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꺾일 줄 모르고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 들어설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택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에 이은 새로운 신용위기가 발생하고, 여기다 고유가 부담까지 가세하면 미국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할 여력을 잃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까스로 잡아놓은 금융부문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미국 경제 전반이 장기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그 대표적인 조짐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제조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의 파산 가능성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비롯된 신용경색이 미국 내 소비의 위축을 부르고, 그에 따른 판매부진이 제조업체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연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 정도의 저성장을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슬로 모션 경기침체’다. 경제가 당장 고꾸라지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바닥을 기게 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장기침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부르고 그 후유증은 깊고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대외의존도가 유달리 높은 우리 경제가 받게 될 타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쇠고기 촛불시위로 날을 새우고, 불법파업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국내 경기의 부진을 걱정할 단계가 지났다. 그야말로 위기상황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외환위기보다 더한 불황을, 그때보다 더 오래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온 힘을 다해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도 위기의식을 가지고 조만간 닥칠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