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 카이거.리안.우위산.왕자웨이 중국계 감독들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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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중국계 감독들이 세계영화계를 주름잡는다.
장이모(張藝謨).첸 카이거(陳凱歌)등 중국대륙 출신 감독들이세계적인 주목을 끈지는 꽤 오래됐지만 최근에는 홍콩.대만출신 감독들의 국제진출이 두드러져 「3개중국」의 영화가 새로운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에는 대만출신의 리안(李安)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제작한『지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이 올 아카데미상 감독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면서 중국계 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근착 타임지는 표지특집으로 「중국영화의 마술-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영화를 들여다 본다」를 마련,세계로 도약하는 중국계 감독들을 소개하고 있다.3개중국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면서도 영화쪽에선 개방적.협조적인 교류를 통해 연합,90년대 에 가장 매력적인 영화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최근 대륙 출신의 첸 카이거감독이 완성,오는 5월 칸영화제에서 선보일『풍월(風月)』.첸 카이거감독은 베이징(北京)출신의 지식인이고,주연은 홍콩의 장궈룽(張國榮),중국의 궁리(鞏리)와 대만의 린젠화(林健華)등 3개 중국이 다 동원됐으며 제작자는 홍콩재벌과 결혼한 후 영화제작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 대만여배우 수펑.3개중국이 영화로 뭉친 것이다.
타임지는 최근들어 홍콩영화의 중국로케,대만영화사들의 중국대륙영화 공동제작,배우들의 상호교류가 빈번해져 특히 정치적으로 적대관계인 중국과 대만이 영화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류를하고 있다고 전한다.
장이모나 첸 카이거등 대륙의 감독들이 중국적인 영화로 명성을얻고 있다면 홍콩의 액션거장 우위산(吳宇森)과 대만의 리안감독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할리우드에서 제2의 승부를 거는대표주자들이다.
92년 할리우드로 이주한 우위산은 최근 액션영화『브로큰 애로』가 호평받아 20세기 폭스,파라마운트등 메이저영화사들로부터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타임지는『첸 카이거는 「대중적인 예술영화」,우위산은「예술적인 대중영화」에 도전하면서 중국 계영화의 세계진출에 앞장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결혼피로연』『음식남녀』등 코미디영화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리안감독은 지난해 영국여배우 엠마 톰슨이 각색.주연한 제인오스틴원작의 『지성과 감성』을 연출했다.
『연출제의를 받기 전까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고 타임지에 고백한 리감독은 그러나 3월 아카데미상 감독상후보지명이 확실시 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리감독이 후보지명을 받는다면 아카데미 감독상후보에 지명되는 최초의 동양인이란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젊은 감독중에선 한국에서도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고 있는 왕자웨이(王家衛)감독이「새로운 감각의 홍콩영화」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영화매니어들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는『펄프픽션』의 감독 틴 타란티노가 배급사를 차리고 왕 감독이 연출한『중경삼림』의 미국개봉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밖에 홍콩에서는 무협영화의 대가 쉬커(徐克)를 비롯,린잉둥(林嶺東).위렌타이(于仁泰)등이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제의를 받고 있으며 배우 저우룬파(周潤發)도 할리우드 스타덤을 넘보고 있다. 중국대륙에서는『붉은 수수밭』의 주인공이었던 장웬이 최근『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라는 영화로 감독데뷔,30대 감독의 새로운 감각을 선보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문화혁명기의 10대들을 그린 이 영화는 장감독이 중국대륙과 홍콩.대만의 개인투자가들로부터 1백20만달러(한화 약 9억6천만원)를 끌어모아 만든 3개중국 합작품이다.
이밖에 6세대감독으로 분류되는 왕샤오유에이(王小帥),장위안(張元)등은 장이모.첸카이거,또 『푸른 연』을 만든 텐장장(田壯壯)등 5세대 선배들과는 또다른 젊음으로 독립적인 영화만들기에나서고 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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