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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계 “불안한 한국에 투자할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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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일 “(고유가 등으로) 한국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며 “여기다 노동조합의 파업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노총의 파업과 서울 도심에서의 시위 상황이 연일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일본에서는 한국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대일무역 역조를 해소하기 위한 일본계 부품·소재 기업 유치 전략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달 20일까지 162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노조의 파업과 폭력적 시위에 소모적 국론 분열이 이어지면서 연말엔 적자 규모가 33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철현 주일대사는 2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일본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겉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지금 한국 상황을 보고 어떻게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하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권 대사는 “주일대사 업무의 70%를 부품·소재 기업 유치 등 경제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지난달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주요 투자자들에게 법인세 감면,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약속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이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을 설득할 힘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해외에 투자하는 일본 기업이 가장 중시하는 점은 노사 관계의 안정이기 때문이다.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 일본의 대기업들은 모두 무파업 경영을 하고 있다. 긴키(近畿)대 이지마 다카오(飯島高雄)교수는 “일본 기업은 노사 관계가 불안하면 신속한 경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노사 관계 안정을 기업 경영의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막대한 세제와 자금 제공으로 해외로 나간 일본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U턴 러시’가 활발하다. 규슈·오사카 등 남부 지역은 물론 일본 북부 지역에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과 전자제품 회사들이 공장을 잇따라 지으면서 산업 지도가 바뀌고 있다. 일본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굳이 경영 환경이 불안한 해외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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