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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科를 학교로 읽어…서울대 신입생 60% 한자 낙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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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과(學科)는 학교(學校)로 읽고 문화(文化)는 문화(文花)로 쓰고….

9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번 학기에 개설된 '대학국어'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한자어 기초실력 평가 결과 전체 79개 강좌 수강생 1264명 중 775명(약 60%)이 50점 미만의 낙제점을 받았다. 전체 평균은 44.61점. 8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15%인 197명에 불과했다. 시험은 한자어.사자성어 읽기와 문장 속에 알맞은 한자어 넣기 유형 등 100문항으로, 문항당 배점은 1점이었다.

일부 학생은 배수진(背水陣)을 '배수차'로, 내홍(內訌)을 '내공'으로 잘못 읽었다. '인위적(人爲的)' '유산(遺産)' '주도적(主導的)' 등 비교적 평이한 한자어에서도 틀린 답이 많았다. '과목(科目)' '문화(文化)' '통일(統一)' '청춘(靑春)' 등은 제대로 쓰지 못했다. 논문(論文)을 윤문(倫文)이라고 쓰기도 했다.

단과대학별로는 법대가 75.69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문.사회대가 55.30~56.72점의 분포를 보였다. 일부 단과대는 평균 점수가 20점을 채 넘지 못했다.

채점에 참여한 한 조교는 "신문에 자주 나오는 정치 관련 한자어는 잘 읽는 편이었지만 실생활에 등장하는 한자어를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국문학과장 송철의 교수는 "대입시험에 한자가 반영되지 않아 중.고등학생들이 한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며 "한자 능력은 글쓰기 능력과 연관되는 만큼 기본적인 한자 실력 배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한자 실력을 키우기 위해 첫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네차례 평가를 실시, 평균이 50점을 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대학국어 과목에 F학점을 줄 방침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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