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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펀드 미인’ 수수료 군살 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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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펀드투자자가 가장 속 터질 때가 원금 까먹고 수수료 낼 때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면 흔쾌히 내겠지만 가뜩이나 쪼그라든 잔액에서 수수료까지 떼간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수료 싼 상품만 고르는 것도 위험하다. 펀드의 과거 성적과 향후 시장 전망을 고려하지 않았다간 몇 푼 아끼려다 훨씬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안 좋을 땐 안정성과 싼 수수료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1] 주식형·채권형에 나눠 넣어라

지난해처럼 주가가 쭉쭉 위로 뻗을 땐 채권형 펀드는 찬밥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올해처럼 주가가 바닥을 길 때는 반대다. 때가 되면 이자 주는 채권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다. 게다가 채권형은 수익이 높을 때든 낮을 때든 평균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예측 가능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수료도 싸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연간 평균 2%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해외주식형 중에는 3%가 넘는 상품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채권형은 0.5% 안팎에 불과하다.

물론 채권형에만 ‘몰빵’해선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짧은 기간에 주식·채권형을 여러 번 갈아타며 고수익을 올린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주가가 언제 달음박질을 다시 시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입 후 일정기간(대개 90일)이 지나지 않아 해지할 때 내는 환매수수료도 부담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분산투자다.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주식형에 1000만원을 넣으면 매년 20만원 안팎의 보수를 떼지만, 주식·채권형에 500만원씩 넣으면 12만5000원 정도면 된다.

[2] 상장지수펀드(ETF)를 찜해라

공격적인 주식투자 전략을 쓰는 펀드일수록 보통 강세장에 강하고, 약세장엔 약하다. 주가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한 인덱스펀드는 반대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맞춰 이들 펀드를 오가며 높은 수익을 올리긴 어렵다. 정확한 주가 예측이 불가능하고, 환매수수료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채권형을 제때 갈아타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요즘 같은 때 위험이 덜한 주식형 펀드에 단기 투자할 사람이라면 인덱스펀드를 상장시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낫다. 주식처럼 장중 아무 때나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면에서도 ETF가 가장 경제적이다. 인덱스펀드의 총보수는 일반주식형(2~3%)의 절반 수준이다. ETF는 인덱스펀드보다도 훨씬 낮은 0.2~0.6% 정도다. 환매수수료도 없다.

[3] 길게 보고 오래 묻어둬라

이 밖에도 수수료를 아끼는 법은 많다. 2년 이상 투자할 때는 가입 시점에 판매수수료를 미리 내는 대신 해마다 떼는 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선취형(A클래스)이 좋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수수료를 깎아주는 온라인 전용 펀드도 있다. 엄브렐러(우산) 펀드는 국내외 주식·채권형 등 다양한 펀드를 한 울타리 안에 모아놓고 이 사이에서 옮겨탈 때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수수료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수수료 적게 받고 성적 나쁜 펀드보다 더 받고 수익률 높은 펀드가 낫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책임연구원은 “일단 자신의 투자 목적·성향에 맞는 펀드를 몇 개 고른 뒤 그중 수수료 싼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환매수수료가 없는 펀드도 너무 자주 가입·해지하면 주가 상승기를 놓쳐 결국 자기만 손해인 경우가 많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수수료 절감 효과는 장기투자로 갈수록 커진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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