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빈곤퇴치의해>5.가난과 환경파괴-남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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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외계에서도 보이는 인간의 자연 파괴.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훼손당하고 있는 모습은 우주공간에서도 그대로 목격된다.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NISR)가 밝힌 기상위성 관측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중 아마존 지역에서 탐지된 삼림화재는 모두 3만9천9백건.94년 같은 기 간의 8천5백3건보다 다섯배 가량 늘어난 숫자다.아마존 지역은 늘 수십만평방㎞가 연기에 휩싸여 있다.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환경파괴현장이다.
환경전문가들은 한반도의 25배에 해당하는 5백32만평방㎞의 아마존 원시림 가운데 11%이상이 파괴됐다고 진단하고 있다.8초마다 축구장 넓이만한 원시림이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존의 손상은 빈곤과 연결된다.하루벌이 1천5백원 미만의 절대 빈곤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주민들에게 있어 화전으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다.아마존강 초입인 마나우스시로부터 1백20㎞쯤 떨어진 외곽에서 밭 1천5백여평을 일구고 있는 만드로이 페레즈(37)는 전형적인 화전민.
수십만평 규모의 화전 농장들에 비하면 그의 경작지는 텃밭 수준이다.생계수단으로 화전을 일궈 자급용 감자.옥수수 등을 재배하고있는 그는 『내 나라 땅을 내가 밭으로 만드는데 웬 간섭이냐』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80년대 이후 개설된 아마존삼림 관통 고속도로는 빈곤층 농민의 아마존 유입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전장 8백㎞ 정도의이 도로를 따라 유입된 인구가 1백만명 가까이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에 이어 두번째로 넓은 아마존 지역을 공유하고 있는 페루도 비슷한 상황이다.국가의 계획이나 개발프로그램이 없이 화전민들에 의해 자연훼손이 계속되고 있다.리마에서 빈민구제 활동을벌이고 있는 카를로스 에케바리아(42)는 『화전 의 경작 시효는 5년 남짓이 고작이다.결국 또다른 화전지를 찾아 삼림을 불태우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무계획.무분별한 상태에서 확산되고 있는 빈곤층 화전민들의 삼림훼손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나갈 경우 페루내 아마존 원시림은2000년까지 12%정도가 손실될 전망이다.특히 코케로스(coqueros)라는 코카 원료를 재배하면서 화학비 료를 마구 투입,삼림에 이어 토양까지 황폐화하고 있다.
리마(페루)=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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