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2년 지나도 흐뭇 … 김인식·김선우 ‘WBC 추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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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이리로 와 봐.”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치러진 1일 대전구장. 김인식 한화 감독이 김선우(31·두산)를 불렀다. 김선우는 급히 한화 덕아웃 쪽으로 달려온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묘한 표정으로 김선우를 바라보던 김 감독은 “욕탕에 들어갈 때까지는 옷을 입어야지. 요즘은 그러고 있지?”라고 물었다. 김선우는 “그때 큰 선물 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화를 알아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3일 선발 등판 예정인 김선우가 “감독님, 내일 모레 뵙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떠나자 김 감독이 사연을 털어놨다.

“(내가 감독을 맡았던)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었지. 4강을 확정 짓고 난 후에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 샤워실에서 난리가 났더라고. 젊은 애들 몇몇이서 완전히 알몸으로 뛰어다니더라고. (김)선우도 그중 한 명이었지.” WBC 4강 신화는 군 미필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이미 군 문제를 해결한 베테랑 선수들이 ‘수혜자’들에게 알몸 세리머니를 요청했고, 후배들은 ‘기적의 땅’ 에인절스타디움에서 기꺼이 ‘쇼’를 펼쳤다.

김선우는 당시 컨디션 난조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지만 4강의 기적을 함께했다. 김 감독도 WBC를 통해 ‘국민 감독’ 호칭을 얻었다. 김 감독과 김선우 모두 2년이 넘은 지금도 WBC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이유다.

대전=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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