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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 넘치는 애인같은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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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호주산 중저가 캐주얼 와인을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최근 열린 와인판촉행사에서 플라스틱잔에 와인을 따라 판매했다. 이지혜 대리는 “클래식 음악이나 와인잔 같은 틀에 박힌 문화가 20대 소비자를 와인시장에서 소외시키는 요인”이라며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싶어 플라스틱잔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 앞에 있는 와인포차 ‘꼬메스타’에선 해물 떡볶이나 수제비가 와인 안주로 제공된다. 직장인 최수현(27)씨는 “평소 즐겨 먹는 분식과 함께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인이 한층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젊은 와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캐주얼 와인’ 시장이 커지고 있다. 캐주얼 와인은 격식을 파괴하고 중저가로 가격부담을 확 줄인, 20·30대를 겨냥한 와인이다.

◇캔 와인에서 맥주병 와인까지=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양한 규격과 용기다. 대표적인 것이 캔 와인. 맥주캔(250mL) 사이즈에 담겨 있다. 국내 시장에 소개된 지는 일 년 남짓이지만 백화점·대형마트에선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아이템으로 성장했다. 이마트 신근중 와인바이어는 “불과 1년 사이 캔 와인 매출이 40% 가까이 늘었다”며 “신세대들이 콜라나 맥주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반 와인병(750mL)의 절반 크기인 ‘하프 와인’(375mL)도 인기를 끌더니 이번엔 생수병 크기의 와인도 나왔다. 신동와인은 187mL 용량의 병에 담긴 미니 와인 ‘우드브릿지 미니(사진)’를 최근 국내에 들여왔다. 길거리에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다고 해 ‘스트리트 와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병뚜껑도 손으로 돌려서 따게 돼 있다. 이 회사는 여름을 맞아 얼음을 넣어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 ‘O’도 내놓았다. 이미 스파클링 와인·로제 와인에 얼음을 넣어 마시기도 했지만, 얼음이 녹으며 향이 사그라지는 점 때문에 와인애호가들이 추천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신동와인 이종훈 대표는 “‘O’는 얼음을 넣어 마실 때 최적의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와인”이라고 말했다.

◇와인 액세서리도=젊은 세대는 와인을 단순히 마시는 것뿐 아니라 와인의 부산물로 각종 액세서리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 와인 매니어들 사이에선 와인병에서 나온 코르크를 이용해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만드는 게 유행이다. 또 와인 라벨을 떼내 붙인 일명 ‘와인 다이어리’를 꾸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부 문구점에선 와인 라벨을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는 ‘와인 라벨러’가 나와 있을 정도다. 와인 라벨을 수집하는 직장인 류혜진(30)씨는 “다이어리에 라벨을 붙여놓고 함께 와인을 마신 사람과 분위기를 메모하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이런 젊은이들을 겨냥해 이름을 짧고 경쾌하게 지은 와인들도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으로 꼽힌 ‘빌라M’은 ‘빌라 무스까델’이라는 어려운 이름을 단순화해 히트 친 사례다.

현대백화점 유지훈 바이어는 “압구정점에서 지난달 와인을 산 소비자의 절반이 20·30대였다”며 “와인 고객이 점점 젊어지면서 캐주얼 와인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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