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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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97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국민들에게 누가 천국에 갈 것 같은지 물어보았다.

현직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이 진주로 꾸민 천국의 문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2%였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60%였다. 2위를 차지한 테레사 수녀는 응답자 79%의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누가 87%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을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자신이 천국에 갈 것 같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훌륭하게 생각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도덕적이고 지적이고 공정하며 편견도 덜하고 운전도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조사 결과다.

예컨대 미국에서 고등학교 고학년 학생 100만 명을 조사한 결과, 70%는 자신의 통솔력이 평균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했다. 평균 이하라고 생각한 학생은 2%에 불과했다. 대학교수도 마찬가지다. 94%가 자신이 다른 교수보다 잘 가르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생각의 오류』 열음사).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어떨까. 자신들이 더 하나님과 가깝고 편견이 덜하며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자신감까지 있다. 그래서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청와대’니 하는 인사를 거리낌없이 단행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치면 계획을 잘못 세우기 쉽다. 정부가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호주 정부는 57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했다. 700만 달러를 들여 63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는 1억2000만 달러를 들인 후 73년에야 개관했다. 규모를 원래 계획보다 훨씬 축소시켰는데도 말이다.

미국 보스턴시가 71년부터 야심적으로 추진한 빅딕(Big Dig)이라는 새 지하도로 체계를 보자. 당초 26억 달러의 비용으로 98년까지 완성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2005년에야 끝났으며 비용은 148억 달러나 들어갔다.

소위 MB 노믹스의 ‘747(연간 7% 성장,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선진국 진입)’ 공약은 어떻게 될까. 다음 대통령 임기 때라도 실현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어떤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을지 대통령과 비서진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야당이나 50여 일째 서울 도심을 점거한 시위대의 협조는 없다는 전제하에서.

조현욱 논설위원